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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강한 킴진지 Apr 03. 2018

고객은 가상 속에 존재한다

book3 <사피엔스>


"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가상의 실재는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 읽다니…. 내 지난 삶을 반성하게 했다. 이 책은 3년 전(2015년)에 번역된 책이다. 이렇게 늦어버렸다. 원작은 7년 전(2011년)에 나왔다. 이미 세계적으로 뒤쳐져버린 느낌이다.


이 책은 리더와 브랜드 매니저라면 꼭 봐야 한다. 몇 년간 이렇게 강렬 영감을 주는 책은 없었다. 인간에 대한 깊은 통이 있다. 이 시대에 인간을 이해하게 해주는 좋은 교과다. 개인의 본성과 집단의 문화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혀준다. (이 정도로 오바를 해야 나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격렬한 뒷북이다.)


일단 책의 내용을 보자.


인간은 왜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이 책의 핵심 물음이다.(이 글의 핵심은 아니다)

작가는 그 이유를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 진행된 인간의 혁명을 통해 설명한다. ①인지혁명, ②농업혁명,  ③과학혁명, 3가지다. (내가 이해한대로)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①인지혁명을 통해, 인간은 가상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을 믿으며 다수의 인간이 협동할 수 있게 했다. 동식물을 신성시하며 무리를 이룰수도 큰 동물을 사냥할 수도 있게 되었다. 차후에 이 믿음은 신, 국가, 돈, 인권 같은 개념으로까지 발전한다. 가상이지만 실제 세상에 영향을 준다. 실재한다.


②농업혁명을 통해, 인간 규모가 커질 수 있었다. 농업은 소수의 작물을  대량으로 키우며 잉여식량을 생산해낸다. 인간에게 물은 정령(동등한 존재)에서 비축식량과 가축(소유물)이 되었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인간은 계급 속에 갇혔다. 엘리트(왕, 종교인, 철학자, 예술가 등)들은 일을 하지 않았지만 잉여식량을 취했다. 가상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강했기에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 갔다. 가상의 질서인 '돈'과 '제국'과 '종교'를 믿게 했고, 국가 수준의 단합을 만들어냈다. 다만, 전보다 많은 인간들이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있게 되었다.


③ 과학혁명을 통해 인간은 인간을 넘으려 한다. '과학'은 우리 스스로 무지하다고 생각하게 한다. '지금 지식은 완전하지 않고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믿음을 주었다. 탐욕스럽게 호기심을 갈구했고 새로운 기술을 계속 만들었다. 인간은 현재 버튼 하나이면 한 대륙의 동식물을 전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경제'는 이를 뒷받침해주고 수익을 얻었으며, 그 돈으로 또 과학에 투자한다. '정치'는 '병을 없애고 더 나은 인간의 삶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과학을 정당화할 것이다. 과학, 경제, 정치는 시너지를 내고 있고, 이 끝없는 순환을 막을 수 없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불치병까지 없앨 수 있도록 자신을 다시 재설계하게 될것이다. 인간은 신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현재  과학혁명의 단계에 있다. 앞으로 인간과 과학의 조합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는 저자의 최근 저서인 <호모데우스>에 나오는 듯 하다. 이 것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너무 내용을 축약해 왜곡이 있을 수 있으니(특히 과학혁명 부분은..) 자세한 것은 책을 읽어보길 권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상식을 깨는 재미있는 주장들이 많다. 이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 주장들에 대한 믿음이 높이지고 있다. 곧 상식처럼 통용 될듯하다.


그래서 우리가 알아야할 점은?


우리의 몸과 마음은 수렵채집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과학혁명이 진행 중이지만 인간이 스스로를 넘어서는 특이점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 수렵채집인일 것이다. 미래 세계에 살고 있는 원숭이 상태 말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가상의 질서인 '문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이 책은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믿음을 통해 만들어진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실 존재하지 않 존재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만들어진 세계관 말이다. 인간은 문화에 지받고 있다. 또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그 가상의 질서를 교육받는다. 


"신화와 허구는 사람들을 거의 출생 직후부터 길들여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특정한 기준에 맞게 처신하며, 특정한 것을 원하고, 특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이런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다."
"모든 문화는 나름의 전형적인 신념, 규범,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본문내용)


리더와 브랜드 매니저에게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들은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리더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브랜드 매니저는 브랜드 문화를 만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면, 그 힘과 영향력은 점점 강해질 것이다. 조직이든 브랜드든 '믿을만한 가상의 질서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문화를 만드는게 쉽지는 않지만 이 책에는 그 힌트가 담겨있다.




1. 상상의 질서를 믿게 만드는 방법 2가지

1) 먼저, 그 질서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2) 그리고 사람들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2. 상상의 질서의 3가지 특성

1)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다. (견물생심하며,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
2) 상상의 질서는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이 어떻게 나의 시야를 넓히고 내 인생을 바꾸었는가.”하는 낭만주의적 신화를 되풀이해서 듣는다. (그래서 그것을 원하게 된다.)

3)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다.
설령 내가 초인적인 노력으로 스스로의 개인적 욕망을 상상의 질서의 속박에서 풀려나게 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나는 한 개인에 불과하다. 상상의 질서를 변화시키려면, 수백만 명의 낯선 사람에게 나와 협력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문화를 임의로 창조하기도 벗어나기도 어렵다)




가상의 실재를 믿는 것이 인간의 핵심 특성이라면, 왜 사람들이 이야기와 감성을 소비하는 지가 이해가 된다. 고은 가상 속에 살고 있지만 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감정적인 효용은 진짜다. 쓸데 없는 물건을 통해 어떤 즐거움을 얻었다면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닌가? 가상을 현실로 느끼는 이유가 효용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효용은 고객들이 가상의 질서 속에 살고 있기에 가능하기도 하다. 가상의 질서 어떤 믿음과 감정적 효용을 연결 짓기에 '가치'를 느끼게 되고 관련 소비 행동이 강화된다. 가치를 느낀 고객은 가상 속에서 살기 위해 애쓴다. 어떻게 보면 가상의 질서의 가호를 받고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가상 속에서 살고자 하면 그렇게 된다.


고객은 자신이 가진 믿음을 지켜내고자 한다. 그런 생각으로 이데올로기, 브랜드, 문화를 소비하고 싶어 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소비하는 것에 의해 규정될 수 있다. 믿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어떤 가상의 질서를 소비하느냐가 그들 정체성의 중추를 이룬다.

그런 힘을 만들어내는 조직과 브랜드는 점차 커질 수 밖에 없다. 영원하기는 어렵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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