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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전의기량 Dec 06. 2020

나라는 사람이 좋아라 하는 것이란?

나답게 사는 인생찾기 여행

언젠가  문득 나라는 사람이 좋아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예전에 면접을 보러 가면 늘 묻는 질문이기도 했고 그때마다 나는  준비된 대답만 하기 바빴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만들기이고 잘하는 것은 맛집 다니는 것입니다."
 

하하하, 너무나 영혼 없는 대답 아닌가?  그냥 매일 하던 일만  하는 것이 바빠서 한 번도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나에 대해 정확히 모르니  그냥 영혼 없는 대답만 하기 바빴던 것이다.


 어렸을 때 면접을 보러 가면 이런 대답이 먹히기도 했겠지만  나이를 먹고 난 다음에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했다면 성의 없이 대답하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지 이 사람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언제부턴가 였는지 모르지만  일을 하면서도 내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즐기면서 일을 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에 매일 매 순간을 허덕이고 있었으니  웃음은커녕 시꺼먼 얼굴로 다니기 바빴다.  


솔직히  이런 얼굴로 다니니 누가 나한테 파이팅이라 얘기해줄 수 있겠는가?  


나라는 사람도 어렸을 땐 볼살이 통통해서 나름 귀엽기도 했는데 말이다.  


매일매일 우거지상을 하고 다닌 후 부터  다들 무서워서 말을 걸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러다 보니  항상 나는 외로움에 휩싸여 살았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나도 맨 처음부터 이렇게 우거지상만 하고 다니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것도 있었고  일말 고도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을 많이 하고 살았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은 후부터는 내 생활이 전혀 없어지고 제한된 시간에만 움직이다 보니  점점 숨이 막혔던 것이다.


 내가 했던 취미생활만으로도 한 다스가 되었던 것인데 것인데 그것을 못하는 것만으로 사람이 현실의 기억만을 지배하는 굴레 속에 빠져 살았던 것이다.


나라는 사람도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만으로 기억 속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좋아하는 것 첫번째 ,  음악. 음악은 답답한 나의 삶에 힐링 라이프가 되어 주었다. 음악이 좋아 뮤지컬을 보러 다니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중에 좋아하던 가수가 있었는데  그 사람의 음악이 나오는 날이면 밥 한 끼는 걸러도 발매 당일에 맞추어 레코드 가게에 줄 서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레코드 가게에 가서 음반을 줄 서서 사는 날이면  브로드마이드까지 받아서 집에 오는 발걸음이 늘 가벼웠다.


나 혼자만 놓고 보기에도 아까운 그분의

브로드마이드 벽에 붙이고 보기보다 늘 나만 보는 애장품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사를 몇 번 오면서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조차 없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 기억을  꺼내보면 늘 좋았다.


내가 음악을 얼마나 하면  틈나는 시간마다 음악 공기가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음악을 항상 틀어놓기도 했다.


그러면 가지고 있었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면서 마음이 푸근해지곤 했다.


춤도 마찬가지다. 나라는 사람은 본래 심각한 몸치인데,  음악에 몸이 흘러가듯  춤도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살사 탱고 그리고 탭댄스까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그 순간에는 본연의 나는 없었다.  


그저 전기에 감전된 듯

 더없이 짜릿했고 한 마리 새였던 것이다.   몸이 그렇게 가볍기도 처음이었거니와 즐겁다 보니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물론 배우는 것에만 머물지  않았다.

쉬는 날에는 연습장에도 찾아가 같이 어울려  알려주고 함께 추며 인생을 즐기곤 했던 것이다.


나는 경영대학교를 졸업했다.  경영과 회계를 공부했다. 그런데 춤을 쳤다.  


경영을 잘하기 위해 배우고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 좋은지 숫자만 보던  심각한 몸치가 춤이라니 가끔씩 생각할 때마다 헛웃음이 나온다. 엄마가 생각했을 때 나는 얼마나 웃겼을까?


틈나는 대로 여기저기 떠나는 것까지,   해외 여행이나 해외 연수를 못가봐서  그런것일까?  회사일정을 제외하고 틈만 나면 여행 동호회 사람들과 전국 각지로 다니기 시작했다 .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 하는 순간 순간이  사람들의 삶도 배우며  또 다른 나를 만났던 것이다.


이렇듯 나는 고정된 일만 계속했던 것은 아니다.  살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끝없이 계속 움직였던 것이다.


어깨는 무겁게 책임감으로 휩싸여 살지언정 일 밖에 시간에는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하곤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일을 더 포기하지 못했던 건지도 모른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길 수 있는 배고픔을 참아가면서 태풍 앞의 촛불 같은 심정으로  버텨냈던 기억이 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사회생활의 시작은 삶 그 자체였다.  그 시간에 즐겨야 할 것을 포기하고 시작했던  사회생활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을 것이라 나를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도 잠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무너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아이를 키워가며 회사를 다니기에는  크나큰 제약이 따른다.  


외부의 도움 없이는 아이를 맡기고 출근할 수가 없어  육아휴직을 길게 사용하거나 경력단절을 위해 불가분 하게 희생을 필요로 한다.


 나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외부의 도움이 필요했다.


경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계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기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고 나는 더 맘마나 아이 돌봄 서비스를 사용하기보단  믿고 맡길 수 있는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 자식을 키우는 일이라 혼자 이겨냈어야 했는데 엄마의 도움을 받아서였을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인생을 즐기기보다  늘 짜인 시간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나만의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나만의 시간이 없다.  많은 엄마들이 봤을 땐  엄마들이라면 당연한 것인데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어진 일상을  잘 살면서 인생 계획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나만의 시간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만약에,  내가 좋아하던 것을  놓지 않고 계속했다면 오래 하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면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거나 가르쳐주기도 하기에 아마 또 다른 나를 찾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좋아하던 것을 계속하다 보면 그 하나하나가 나를 붙들고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인데 환경에 얽매여 하나둘씩 포기하다 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잊혀저만 갔고,  누가 물어봐도 영혼 없는 대답만 일삼았던 것이다.


기억 속 내가 좋아하던 것을 할 때면 없었던 힘이 생겨났다.  삶을 계속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새로운 환경의 변화가 사람을 변하게 했고  긍정적이 아닌  부정적으로 변하게 하더니  꽉 막힌 머릿속을  해결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해결할 수 없는 꽉 막힌 머리는 나에게 적지 않게 불행을 가져다주었다. 다니던 회사가 망하기도 해서 일자리도 잃기도 했었고  주위의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아픔도 있었지만 나는 나 아픈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 안의 나를 가두다 보니 좋은 일이라는 것은 생길 수 없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안  맞으면 보지 않으면 되지만 가족들은 평생을 함께 가야 하는데 보지 않으면 안 되지 않은가?


그러나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나 때문에 엄마가 떠나기도 했고  결국 나는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일을 쉬기로 결정했다.


일을 쉬기 시작한 이후, 나는 꽉 막힌 머릿속을  내려두고 나라는 사람이 무엇인지 좋아라 하는것이란 질문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을 하면서 함께 생각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다.


불가분 한 상황은 뒤로하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나답게 사는 인생찾기  여행  내가 살아있음을 숨 쉬고  느끼며  좋아라 하는 것을 하면서  다시 한번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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