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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전의기량 Dec 06. 2020

노래도 그냥 부르는 것이 아니야.

나 답게 사는 인생 찾기 여행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려 오리다" 

회사 회식을 가거나 친구와 술 한잔 하면서 노래방을 가면 꼭 한 번은  부르는 노래 중에 하나였다.

샤우트 창법으로 부르는 노래. 일명  높게 소리 지름인데  


소리를 한바탕 지르고 나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곤 했다.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 회사 회식으로 노래방을 가게 되면 다들 노래방에 둘러앉았는데  

노래하라고 하면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매번 어린 나이인 나한테 노래하라고  책자를 줬는데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책자를 받아서  노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김경호, 김현정, 서문탁 , 마야까지  소리를 질러서 부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회사 막내의 노래 모두들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나는 신나서 노래방이 시끌벅적 떠들썩하게 소리를 질러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나이를 먹게 되었고, 나도 마냥 회사의 막내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느 날  회사 연말 회식이 있어서 또 노래방에 가기로 했는데 그날은 내가 아닌  막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노래도 잘 부르기도 했고  회식을 즐겁게 이끄는 아이의 노래를 따라  즐기는 듯했다.


그때 느낀 소외감, 나는 이제 어린 막내도 아니었고 내 노래를 다른 사람들이 즐겨 들으려 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 노래를 부르면서 무엇을 느끼고 싶었던 것인가?

그냥 나는 주위의  관심을 사며 노래 부르며 스트레스 푸는 것이 즐거웠던 것이다. 


예전에 한번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한 적이 있다.

가면을 쓰고 나오는 사람의 노래를 듣고 피드백하는 사람들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것 하나만으로 실력을 평가했던 것이지.


그에 비해 나란 사람은,  회식장소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소리만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 지르며 노래 부르는 것을  어렸을 때는 귀여워서 들어주었지만 나이를 먹고 난 이후에는  노래가 노래처럼 들리는 것이  아니라 혼자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음정 박자 다  틀려가며 노래를 부르는데 나를 보며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이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어느 날 가입했던 뮤지컬 노래 동호회에 가기 전까지는 ~~ 


아마추어 공연단에서 달고나라는 뮤지컬을 공연을 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은 이후에는  

내 시간을 가질 수 없어 도통  시간을 낼 수 없다가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뮤지컬 노래 동호회 


그곳은 부르고 싶은 뮤지컬 노래를 정해서  한 달 동안 불러보며 익히는 프로그램인데  

가입할 때도 무엇을 노래 부를 수 있는지 아무 결정도 없이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로 도전을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도착한 연습실,  선생님은 뮤지컬 배우셨고 같이 수업 듣는 언니 동생은 모두 다 노래를 잘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돌아가면서 한 달 동안 부를 수 있는 노래를 결정하는데,  난 아무 얘기도 하지 못했다.


뮤지컬을 많이 보러 다녔음에도 현실 부정주의에 빠졌던 시간 동안 나는 머릿속을 하얗게 지웠던 것이었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짠 것이 가장 최근에 봤던 뮤지컬 "빨래"   처음 부르기로 선택한 곡은  

박지연 님의 곡 "한걸음 두 걸음"이었다.


내가 진정 배우도 아니고 음악을 배운 사람도 아니기에 음표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래의 특성을 이해하고 부르면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는 곡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가사를 이해하고 음미하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부르려 하기에 문제였던 것이다.

옆에 있는 언니도 같은 노래를 부르기에  더 많이 비교될 수밖에 없었던 나의 노래실력 

누구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민망했지만  벌벌 벌 떨면서 노래를 불렀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가며 당장 집에 가고 싶었지만 내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시면서  

담담히 얘기해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간신히 집에 가지 않고 꿋꿋이 서서 노래를 불렀다.


잘하고 싶었는데 못한 노래에 듣고 싶지 않은 피드백 

누가 나 잘한다는 소리를 잘 못듣고 

" 너무 오래  노래를 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며,

노래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와 내용을 음미하며 한마디 한마디 부르면 달라져요.

우리 음정 박자를 맞추기 위해 기본 연습부터 다시 해볼까?"


말씀해 주시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소리 지름에만 급급한 나머지 

노래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이 무엇인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노래도 잘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듣고 

나만의 방식을 찾아 연습하면 들을 수 있는 나만의 노래를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하라고 했다.

기본이 받쳐주지 않은 이상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노래도  그냥 소리만 질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을  탄탄히 갖추고  가고자 하는 길을 천천히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나만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함께 부르고 공감하는 노래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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