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수면무호흡기까지 착용하고 주무시던 엄마.
어느 순간부터 그 기계가 엄마 곁을 떠난 것 같다.
오랜만에 엄마와 같이 잔 건지, 그냥 날을 샌 건지—
엄마 코골이 때문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거의 밤을 새고, 새벽 5시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일단 집에 가서 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잠을 못 자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졸다가 인천공항까지 갔다.
내가 얼마나 피곤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잠부터 청했고,
깨니 어느새 점심 무렵.
밥을 먹고 운동을 갈까 했지만
시골에서 올라오는 일가족이 있어 오늘은 미루기로 했다.
잠깐 나가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며
마지막 남은 연휴를 정리했다.
딸기와 음료도 사서 집에 돌아오니,
시골 다녀오신 남편과 시어머님, 도련님이 계셨다.
사 온 딸기와 음료를 드리며
우리 이사 이야기를 꺼냈다.
“큰 결심했다”는 말에,
어머니는 “진즉 갔어야지”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고된 일정이 힘드셨는지
저녁 먹으러 가자 하셔서 고깃집으로 갔다.
그런데 가서도 아들이 고기 굽느라 제대로 못 먹는 게
마음에 걸리셨던지,
어머니는 내내 드시는 게 시원치 않으셨다.
그 와중에도 계속 먹는 눈치 없는 며느리, 나. ㅎ
배부르게 먹고 헤어졌다.
남편과 차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았다.
차례는 이제 안 지내기로 했단다.
어머니도 힘드시고 나도 몸이 아프니,
안 하는 게 맞다고.
명절에 모이면 맛있는 거 먹고 바람 쐬면 된다며.
잘됐다.
명절의 무게가 조금 내려간 느낌이었다.
지난월요일 혼자 앉아
수입 대비 예산을 다시 짜보니
충분히 남을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지난 시간, 왜 못 했을까.
이제는 지난 방식과 똑같이 살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이야기하며 정리했다.
그동안 안 해봤던 일이라
신경 쓸 게 늘어난 것 같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하는 남편.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접기로 했다.
십여 년 동안 못 했던 걸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이사 가기 전까지는 예행연습이고,
이사 가서도 계속 시스템화해야 한다.
다사다난했던 5일 연휴가 이렇게 간다.
내일부터 또 달려보자.
애쓰지 말고,
혼자 다 짊어지려 하지도 말고,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