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아닌 나를 만나는 시간

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by 역전의기량

2023년 7월,
세 번째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그저 무서웠고,
두 번째는 억울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막 이사를 마치고,
뭔가 새롭게 시작해보려던 그때였다.
마음 한가운데가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나더러 멘탈이 강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무너지지 않으려고
그저 애써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나를 지키자.
이제는 진짜 나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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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가 끝난 뒤 시작한 운동.

처음엔 그저 PT 수업을 받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잃어버렸던 ‘나’를 되찾는 기분.

하루 이틀이 지나자
운동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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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석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 도전해보실래요?”

운동의 ‘운’ 자도 모르던 내가?

그런데 이상하게 끌렸다.

단순히 운동하는 사람을 넘어서,
배우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언젠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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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과 출신이라
운동생리학과 운동역학은 과감히 제외했다.

우선 합격부터 하자는 마음으로,
비전공자에게 비교적 쉬운 과목 다섯 개에 집중했다.

운동과 병행해야 했기에
처음에는 주말을 이용해 공부했고,
시험 한 달 전부터는 새벽 시간을 쪼개 몰입했다.

몸도 마음도
온전히 쏟아부었던 시간.

낯선 용어와 어려운 내용 속에서도
하루하루 익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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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가슴에 바람이 슝 불어버린 기분.
연말까지 세워둔 계획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수업 중 툭 던졌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가슴에 구멍 난 것 같아요.”

동석쌤이 웃으며 말했다.

“저녁 먹고 갈래요?
구멍 떼워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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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에서 고기를 굽다 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제일 어려웠어요?”
“한국체육사요…”
“그거 이번에 어렵게 나왔다던데.
근데 운동 열심히 하셨으면서
왜 운동생리학이랑 운동역학은 안 하셨어요?”
“전공자가 아니라서 어렵게 느껴졌어요.
우선 필기 합격부터 하고,
실기 준비하면서 하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면돌파가 맞았던 것 같아요.”

동석쌤이 말했다.

“내년에 또 하실 거죠?”
“네. 이제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가보려구요.”
“그럼 지금은 취미처럼 해보세요.
운동하면서 이론을 보면
이해가 훨씬 쉬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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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알았다.

내가 진짜 아팠던 건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했던 마음이었다는 걸.

불합격.
그저 시험 하나 떨어진 것뿐인데,
나는 그걸
내 인생 전체의 실패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실패도 안고,
후회도 안고,
운동으로,
공부로,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며
나는 다시 시작한다.

오늘도 두 걸음 더,
환자가 아닌 ‘나’로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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