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되찾기 위한 작은 규칙

by 역전의기량

동석선생님 : “오늘 수업 전에 인바디 재볼게요.
지난번에 재고 4주 정도 지났거든요.”

기량 : “네? 진짜요?”

동석선생님 :
“네. 4주마다 변화를 확인하고,
다음 달 방향도 이야기해 보려고요.”

지난번에는 내가 먼저 재도 되냐고 물어봤으면서,
정작 스케줄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갑자기 벌거벗겨진 기분으로
양말을 벗고 인바디 기계 위에 올라섰다.

나이와 몸무게를 입력하고
측정 막대의 %가 100에 가까워질수록
발톱을 내려다보게 된다.

항암 부작용인지,
항호르몬제 부작용인지
검게 변해버린 발톱.

답답한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동석선생님 :
“요 며칠 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사진을 안 보내셨던데요.
어제 드신 것부터 이야기해 주세요.”

인바디 결과지를 보며
볼펜과 종이를 꺼내는 선생님.

나는 24. 2월 말부터
재활과 건강 회복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항암 주사로 생긴 부종,
전절제와 복부복원 수술 이후
어깨를 편히 올려본 적도 드물었고,

항호르몬제 페마라 부작용으로
손가락은 굳고
관절은 부서지는 듯 아팠다.

어떤 날은 식단 사진을 찍다가도
어떤 날은 그마저 싫었다.



기량 :
“6시 반에 호밀빵, 사과, 두유 먹고요.
8시 넘어 사무실에서 샐러드 먹었어요.
점심 일반식 먹었고…
저녁엔 셰이크랑 생고구마요.”

동석선생님 :
“식사 간 4시간 공복 유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이렇게 드시면 하루 종일 계속 드시는 거예요.
체중 감량에 도움이 안 됩니다.”

기량 :
“출근하면서 배고파서 먹고,
약 먹어야 해서 또 먹었어요.”

동석선생님 :
“약은 저녁 셰이크 후에 드셔보세요.
고구마는 오후 4시쯤 드시고요.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비율을 늘려보세요.”



항암 치료 기간 동안
“잘 먹어야 버틴다”는 생각 하나로
하루 종일 먹었다.

치료를 견딘 대가로 남은 건
임신 때처럼 불어난 체중과
무거워진 몸이었다.

운동을 시작하고도
강제 갱년기와 통증 속에서
몸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안 한 게 아닌데
결과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묻는다.

기량아,
이만큼 했는데 결과가 없다고
그만둘 거야?

방법이 맞지 않으면
바꾸면 되는 거야.

첫술에 배부르겠니.

40년 넘게 살며
큰 수술도 견뎠고
지금도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서겠다고 운동을 시작했잖아.


24.4월부터
식사 간 4시간 공복 유지를 지켜보기로 했다.

손마디 통증 때문에 요리는 어렵기에
간단히 챙길 수 있는 식단을 선택했다.

점심은 동료들과,
주말엔 가족과.

중간엔 견과류와 단백질 음료,
운동 후 저녁은 부담 없는 식사.

결혼기념일에는
바비큐 치킨도 먹었다.
(완벽할 필요는 없으니까.)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었다.

몸이 아파
아이 밥을 남편에게 맡기기도 했고,
감정의 파도 속에서
가족과 함께 버텨냈다.

안 되던 동작을 반복하며
얼굴로 욕(?)하는 내 표정을 보면서도
하나씩 더 하게 만드는 선생님 덕분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식사 간 4시간 공복 유지의 핵심은
칼로리가 아니라
무너진 생체리듬을 되찾는 데 있었다.

리듬이 무너지면
피로와 우울감이 이어지고
허기를 달래려 계속 먹게 된다.

소화기관도 휴식이 필요하다.
몸이 쉬어야
다음 에너지를 쓸 수 있다.


배고픔이 힘들 땐
양치를 하고,
물을 마시고,
일찍 자보려 한다.

물론
관절통 때문에
두 시간마다 깨는 밤도 있다.

그래서 일찍 자기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항호르몬제 부작용 속에서도
개미 눈곱만큼이라도
변화는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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