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이 글은 2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입니다.”
동석쌤 : 회원님, 저희 내일 뵈요.
기량 : (두 손을 꼭 쥐고, 초롱한 눈빛으로) 오늘 늦게까지 수업하시는데 내일 이른 아침이잖아요. 안 오셔도 괜찮아요.
동석쌤 : ㅎㅎ 회원님, 운동 시키려고 가는 건데요. 저 내일 4시간 자고 가는 거라 대단한 도전이에요.
기량 : (유난히 힘들었던 이번 주, 누가 도와준다는 말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제가 오늘 아침 영종도 컬처런 홈페이지 들어가서 내일 일정 보고… 제 자신에게 얼마나 얼굴로 욕을 했나 몰라요.
동석쌤 : 왜요?
기량 : 요즘 2k밖에 안 뛰어봤는데 무슨 생각으로 5k를 뛰겠다고 신청했는지… 안 해보고 덤빈 거니까요. 어찌 뛰나 싶어서요.
동석쌤 : 에이, 해보면 되지요. 안 해보고 되나 안 되나를 벌써 걱정하면 뭐한대요. 오늘은 내일 마라톤 해야 하니까 상체 위주로 수업할게요.
기량 : 오오. 그럼 이따 수업 끝나고 런닝머신 안 뛰어도 되지요?
(뛰면 개운해지는 걸 알면서도, 내일 마라톤 뛰니까 오늘은 진심 안 뛰고 싶은 마음!!)
동석쌤 : ㅎㅎㅎ 내일 마라톤 뛰는 거랑 오늘 마무리 운동으로 뛰는 거랑 아무 상관 없어요. 대신 속도 8에 두고 뛰어보세요.
기량 : (오만상) 네…
뼈마디가 아파도, 걷는 것조차 편치 않아도 시키면 성실히 임무 완수하는 기량.
오늘도 임무 완수 후 인증샷을 보내고, 지난 4~5월을 돌아보며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기량 : 이번에 호되게 아프고 나서부터 뭘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는데요.
쌤은 스윽— 머리보다 몸이 익히도록 거부감 없이 시키시는데… 일각연이 있으신 분 같아요 ㅋㅋ
가만 생각해보니 4월 초 인바디 재고 먹는 거 줄이고,
항호르몬제 때문에 무릎부터 안 아픈 데가 없어서
“달리기는 이제 못하겠다” 했는데
5월 초부터 쓰윽 2km 걷튀 해보라 하셨죠.
뛰다 보니 5k 마라톤까지 가네요.
얼굴로 욕해도… 쓰윽 쓰윽 뭔가 늘어날 것 같은 쎄한 느낌 ㅋㅋ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차곡차곡 함께 가는 길 끝에 웃는 얼굴로 기록될 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내일 뵈요.
동석쌤 : 기량 회원님을 보면 점점 도전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처럼 보여요.
시작만 할 수 있게 제가 강행하면 혼자서도 꾸준히 성취하시니까,
회원님 덕분에 제 직업 만족도는 하늘을 뚫고 있어요 :)
내일 5k라는 길을 한 걸음씩 나아가며 목표지점까지 짜릿하게 성취해봅시다.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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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동석쌤 : 오늘부터 개인 미션 있어요.
기량 : 네??
(주 2회 수업도 버거운데 또 미션이라니…)
동석쌤 : 운동 끝나고 런닝머신에서 2k 기록 한번 재보실래요? 카톡으로 인증샷 보내주세요.
기량 : 왜요?
동석쌤 : 얼마나 걸리는지 보고 조금씩 줄여보자구요.
기량 : …네.
2024년 4월.
항호르몬제 복용으로 관절 나이가 90세 할머니 같던 나는
웨이트 후 유산소를 싸이클로 천천히 30분 타고 있었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이 부서지는 느낌이라
달리기는 상상도 못 했는데…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 것이다.
멈춰 있던 시계가
동석쌤과 함께한 시도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달리기 잘하는 방법
1. 운동 전후 내전근 스트레칭
2. 보폭은 넓게
3. 나만의 호흡 찾기
4. 눈앞 숫자는 무시하기
5. 끊임없이 뇌에 “할 수 있다”고 속삭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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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 내일 마라톤 어디로 갑니까?
기량 : 영종도 씨사이드파크로 가면 될걸요.
남편 : 주차는 어디에 하고요?
기량 :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찾아볼게요.
남편 : 당신이 가자 해놓고 어딘지도 모르면 되나요?
기량 : 우리 말은 바로 합시다. 내가 신청했다 했더니 자기도 같이 가자 해놓고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웃음이 난다.
잠만보 딸이 아침에 일어날지,
야간 근무에 익숙한 남편이 일어날지 걱정되지만
내일 일은 내일 해결하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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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달리
영종도 컬처런 마라톤 현장에 무사히 도착.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이와 아빠는 함께 뛰기로 하고,
나는 5k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동석쌤과 인증샷도 찍고
“피곤하실 텐데 어찌 오셨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작 코스를 아냐는 질문에는 대답 못 하는 나.
모르고 뛰는 게 상책.
달리기 시작.
코스마다 동쌤이 옆에서 호흡과 보폭을 잡아주니
몸은 무거워도 뛰는 게 어렵지 않았다.
연습한 대로 2k는 잘 뛰었다.
하지만 2k 이후 골반 통증으로 더 뛰기 어려워
3k는 걸으며 완주.
그래도 완주였다.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준 동쌤,
함께 온 아이와 남편이 없었다면
나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완벽한 완주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갈 때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된다는 걸
다시 느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