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발로 누르고,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게.
엉덩이는 수축하지만 허리는 쓰지 않게.
케틀벨 스윙은 단순해 보이는데
몸은 정직하게 반응한다.
준비운동을 탄탄히 해준 덕분인지
둔근부터 외전근까지 묵직하게 쑤신다.
아, 제대로 썼구나 싶은 느낌.
오늘은 4주마다 맞으러 가는 주사 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병원 갈 시간까지 푹 자는 걸 선택했다.
아침을 챙겨 먹고 나오는데
우리 집 두 돼지님은 아직 잠잠이와 노는 중이다.
나와 다른 시간에 사는 두 사람 때문에
예전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제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날이 제법 따뜻하다.
기모바지는 이제 벗어도 될 것 같은데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날아가는 줄 알았다.
지하철 안에서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금세 병원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붐비지 않았다.
순번이 금방 되어
루피아 데포 주사를 맞았다.
배란을 유도하는 용도로도 쓰이는 이 주사는
나에게는 호르몬 억제를 돕는 약이다.
폐경 전 여성에게 폐경을 유도해
암 재발을 막는다.
그 과정에서 골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작년 골다공증 검사 때 처음 알았다.
그래도 한 달을 잘 살았다는 의미로
“또 왔네.”
혼잣말을 하며 주사를 맞고 나왔다.
남편과 약속이 있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은 모델하우스를 보러 가는 날.
곧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도 가니
인테리어도 궁금했고
요즘 아파트 구조는 어떤지도 보고 싶었다.
씨사이드파크를 걸어갈 수 있고
곧 영종구청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위치.
내부를 둘러보니
5년 전 우리가 분양받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인지
유상 옵션이 정말 많아졌다.
모르고 계약했다간
눈 뜨고 코 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그동안 유튜브를 보며 공부한 덕분인지
구조를 아주 꼼꼼히 살핀다.
설명을 듣다 보니
파는 사람의 간절함도 느껴진다.
하지만 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촘촘히 따져볼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남편 출근 시간이 다가와
설명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나왔다.
지하철역까지 따라오며
다음 약속을 잡으려는 모습에 살짝 놀랐다.
팔아야 수당이 생기는 일이란 걸 알지만
이렇게까지 쫓아오실 줄이야.
남편을 보내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 다녀오고
모델하우스 구경하고
에너지가 방전된 느낌.
좋아하는 드라마를 틀어두고
한참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곧 3월,
스포츠지도사 시험 준비 계획을 다시 정리하고
명절에 우리 집에 도착한 시금치를
어떻게 요리해 먹을지 찾아봤다.
참치도 있고
검은콩도 있으니
조금만 움직이면
돈도 아끼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우렁각시가 와서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상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집엔 우렁각시가 없다.
내가 움직여야 한다.
조금 슬플 때도 있지만
내 돈을 지키고
내 몸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삶을 즐겨보기로 한다.
멍도 때리고
계획도 조정하고
조용하지 않았던 토요일이 저문다.
다시 와도 괜찮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