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시스템 여파는 화요일에도 끝이 안 났다.
일은 더디게만 움직이고, 전화는 수백 통.
여기가 회사인지 전쟁터인지… 진짜 도망가고 싶었던 하루였다.
퇴근길, 문자인 줄 알았던 건강검진 결과를 열어봤다.
15년째 암환자로 살아오면서도
“이번에는 더 좋아졌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운동도 식단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그런데 결과지에서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것 말고도
눈에 콕 박히는 문장이 있었다.
오른쪽 눈, 녹내장 의심.
골밀도 수치, 급격한 감소.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몸이 먼저 무너졌다.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새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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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심”은 확정이 아니었지만, 마음은 이미 확정이었다
급히 안과로 갔다.
하지만 녹내장 검사는 당장 할 수 없다고 했다.
예약만 잡고 나오는데,
헬스장으로 가는 길이 어찌 지났는지 기억이 없다.
검진 결과는 ‘의심’인데
내 마음은 이미 ‘확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그게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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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색을 하다가 더 무서워진 이유
집에 와서 다시 찾아봤다.
내가 먹는 ‘페마라’라는 약이
에스트로겐을 강하게 억제하는 약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에스트로겐이 줄면
뼈가 약해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확인한 사실”은 이거였다.
- 약의 작용상 골밀도 저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 사람에 따라, 특히 폐경 전 치료 과정에서는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 그래서 결국 ‘운동/영양/검사 추적’이 기본 관리라는 것
(내가 느낀 건, ‘그럴 수 있다’ 정도의 설명으로는
내 몸에서 벌어지는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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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일 아팠던 건 ‘수치’가 아니라 ‘허무함’이었다
비타민 D도 챙겨 먹고,
운동도 매일같이 했는데
결과는 내 기대와 반대로 찍혀 있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까지 뭐했던 거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었는데
검진 결과는 너무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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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다음 스텝’
오늘의 결론은 거창하지 않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정돼 있다.
그래서 나는 ‘감정’ 말고 ‘순서’를 잡기로 했다.
- ① 안과 검사 예약일 지키기 (의심은 확정이 아님)
- ② 골밀도는 병원 진료에서 기준(T/Z 등) 확인하기
- ③ 약 복용 중 가능한 운동(근력+충격/안전 범위)은 계속하기
- ④ “무서워서”가 아니라 “관리하려고” 검사 주기를 붙잡기
나는 완벽하게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게 붙잡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
넘어질 수는 있어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버티기이자,
내 몸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