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과 기출문제 사이에서

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by 역전의기량

3일이 이렇게 빨리 사라질 줄이야. 출근하는 날이 아니면 뇌가 정신줄을 놓고 자는 듯했다. 뭐, 잘 잤으면 된 거지. 다시 현실 복귀.


오늘부터는 수강한 강의도 듣고 기출도 풀기로 해서 ‘5시 기상’을 걸어뒀는데, 손가락이 알람을 몇 번을 끄던지. 그래도 다행히 5시 30분엔 일어나더라.




일어나자마자 역학 2강을 틀었다.
두번째라 처음보다 낯설지 않았지만 아직 덜 친근한듯 했다.
강의에서 오늘 내 머리에 남겨둔 건 딱 이 정도.

- 관절은 1축(경첩) / 2축(안장·타원) / 3축(구)
- 운동면은 시상(굴·신) / 관상(외·내전) / 수평(회전)
- ‘회전’은 축을 비트는 거, ‘회선’은 여러 움직임이 이어져 원을 그리는 것(팔 크게 한 바퀴 같은 느낌)




그리고 심리학 문제를 조금 풀었다. 나는 원래 ‘비꼬면 잊어버리고 틀리는’ 타입이라, 아예 입에 붙게 만들기로 했다. 대단한 정리 말고, 내가 다시 봐도 바로 떠오르는 정도로만.

- 불안이론: 추(직선↑) / 역U(중간최고) / 격(급락) / 개(사람마다) / 다(인지·신체 분리)
- 와이너 귀인(내·외 / 안·불 / 가·불):
능(내·안·불) / 노(내·불·가) / 과(외·안·불) / 운(외·불·불)
- 심상이론(세 가지만):
심근(심리신경근) / 상인(상징학습) / 생반(생체정보-반응명제)
- 관중효과: 사존과 / 단각동 / 평전기 / 주방수
- 운동의 심리적 효과: 열근완 / 모세도 / 뇌구변 / 생스대 / 사속감



여기까지 하고 출근 준비.

“스타킹 신었어?”
“응.”
“스타킹 얇아서 긁히기 쉬우니까 조심해야 돼. 나와봐. 엄마 보게.”
“우와 이쁘다.”
“엄마 나 갔다 올게.”
“잘 갔다 와.”

오늘은 아이 중학교 입학식. 교복입고 서 있는 애를 보는데 왜 그렇게 뭉클하지. 팔뚝만 하던 애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커서 말도 잘 안 듣는다. 입학식도 “엄마 안 와도 된다” 한다. 내가 어릴 땐 엄마가 안 오면 그렇게 서운했는데, 요즘 애들은 또 다르다. 친구들끼리 가는 게 자연스럽다나.




쉬고 나서 출근하면 전화랑 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예전엔 “빨리 쳐내야 한다”에만 매달려서 숨이 찼는데, 요즘은 순간순간 진행되는 걸 확인하고 처리하니까 덜 흔들리더라. 완벽은 못 해도, 놓치면 인정하고 수정하면 된다. 99%를 했는데도 1% 때문에 욕먹을 때가 있지만… 사람은 원래 고치고 수정하면서 가는 거니까.

복용하는 항호르몬제 영향으로 손가락 관절이 하루 종일 아프다. 일하다 보면 잠깐 잊기도 하는데, 가끔 “이건 언제쯤 좀 편해질까” 싶은 순간이 온다.





“학교 끝났어?”
“아직.”
“헉 입학식인데 수업했어?”
“응.”
“옴마야…”
“이제 끝났어.”
“고생했네. 친구들은? 선생님은 어때?”
“좋아.”

이것저것 궁금한 엄마와 달리 심플한 답변의 아이 좋다니까 다행이다. 그 한마디로 오늘은 끝.
입학식에 수업까지 했다고 해서 놀랐는데, 본인은 덤덤했다.





퇴근 후에는 아침에 들은 걸 한 번 더 훑고, 문제를 조금 더 풀었다. 머리에 안 들어오는 단어들을 억지로라도 넣으려고, 말도 안 되는 코드로 붙여 놓고 중얼거렸다. 늦게 시작한 열정이라 더 웃기고, 그래서 더 고맙다. 제발 내일도 기억나길.

내일은 운동도 해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오늘도 고생한 나를 위해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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