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아니, 이런 걸 누가 다 알려줘요. 눈치껏 하는 거지.”
“네…”
실시간으로 일을 쳐내야 하는 사무실.
바쁜 날에는 잠깐 한 사이에 일이 순식간에 쌓인다.
내가 주도해서 일하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일을 배워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섣불리 뭘 건드리기도 무서웠다.
그렇다고 물어보기도 쉽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
쏟아지는 일거리.
눈치만 보다가
“눈치껏 하라”는 말을 듣고
몸은 더 작아졌다.
“보험설계사 한번 해보는 거 어때요?
아이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회계·재무 일 오래 했으니 잘할 것 같은데요.”
2019년이었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일을 쉬게 됐다.
코로나로 아이는 1년 동안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십여 년을 일만 해오던 나는
처음으로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생명보험 설계사 자격증,
화재보험 설계사 자격증,
변액연금보험 자격증.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배우며
교육을 듣고 시험을 봤다.
떨어지고,
또 보고,
그러다 겨우 취득했다.
자격증을 따고 나서도 교육은 계속됐다.
그리고 고객을 만나러 다녔다.
그때도 그랬다.
만날 고객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고,
겨우 연결되면 약속을 잡고,
또 만나러 가고.
끊임없는 만남 속에서
관계가 쌓이기도 하고,
그 관계가 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친분이 없는 사람과
처음부터 관계를 쌓는 일.
라포라는 것은
결국 끝없는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기에는
생계라는 현실이 있었다.
보험설계사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만 했었다.
정규직 일을 구한 뒤
6개월 동안 계약해 주신 분들께
하나하나 전화를 드렸다.
정중하게 사과 말씀을 드렸다.
권유라 했지만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도 나였고 그만둔 것도 나였다.
하지만 그분들은
보험이라는 상품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보고 계약해 주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데이고 나서
보험이라는 것이 진절머리 나게 싫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그때 내가 챙겨야 했던 건
남의 눈치가 아니라
내가 버틸 수 있는 삶의 방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