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끝났는데 왜 숨이 계속 찰까

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by 역전의기량

지난 글 “러닝을 시작하면 왜 처음 몇 분이 힘들까”에서는 운동 초기에 나타나는 산소결핍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운동이 끝났는데도 숨이 계속 차는 이유를 이어서 풀어보려고 한다.




헬스장에서 스키머신이나 롤링머신을 타고 나면
손잡이를 놓았는데도
한동안 숨이 계속 찬다.

특히 앉아서 타는 롤링머신보다
서서 전신을 쓰는 스키머신을 탔을 때
숨이 더 가쁘게 느껴졌다.

나는 숨을 고르며
동쌤에게 물었다.

“동쌤,
운동은 끝났는데
왜 숨이 계속 차요?

이미 멈췄는데도
심장이 계속 빨리 뛰어요.”



동쌤이 웃었다.

“몸은 아직
운동을 완전히 끝내지 않았거든요.”

“나는 끝났는데
몸은 아직 운동 중이라는 거예요?”

“네.
몸 안에서는
아직 정리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요.”




운동이 끝난 뒤에도
몸이 휴식 상태보다 더 많은 산소를 사용하는 현상을
운동 후 초과산소섭취량(EPOC)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 현상을
산소부채라고 불렀다.

운동 시작할 때 부족했던 산소를
나중에 갚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몸이 운동 후에도 산소를 더 사용하는 이유가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동쌤이 설명을 이어갔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몸이 여러 가지를 다시 정리해야 해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포스포크레아틴의 재합성이다.

나는 물었다.

“포스포크레아틴이요?
크레아틴이랑 다른 거예요?”

“크레아틴은 기본 물질이고
포스포크레아틴은 거기에 인산이 붙어서
빠르게 에너지를 꺼내 쓸 수 있는 형태예요.

쉽게 말하면
근육 안에 저장된 즉각적인 예비 연료 같은 거죠.”

운동을 시작하면
이 포스포크레아틴이 먼저 사용된다.

그리고 운동이 끝난 뒤에는
이 저장고를 다시 채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산소가 필요하다.



동쌤이 계속 말했다.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에요.

운동 후에는

혈액과 조직에 산소를 다시 저장해야 하고
젖산을 처리해야 하고
심박수와 호흡도 아직 높고
체온도 올라가 있고
호르몬도 활성화돼 있어요.”

그래서 운동이 끝났는데도
몸은 바로 쉬는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몸은
운동이 끝난 뒤에도
조금 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운동은 끝났는데
몸은 아직 퇴근 전이네요.”

동쌤도 웃었다.

“맞아요.
몸은 생각보다 성실해요.”

나는 또 궁금해졌다.

“그럼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이런 현상도 더 커져요?”

“그렇죠.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처음에 생기는 산소결핍도 커지고
운동 후에 나타나는 초과산소섭취량도 커져요.”

그래서 스키머신이나
인터벌 러닝,
하이록스 같은 운동을 하고 나면
운동이 끝난 뒤에도
숨이 한동안 계속 차게 된다.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럼 훈련된 사람은 좀 다르겠네요?”

동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같은 운동 강도라면
훈련된 사람은 비훈련자보다
산소결핍량이 적고
항정상태에도 더 빨리 도달해요.”

그 말은
유산소성 에너지 시스템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은
같은 속도로 운동해도
몸이 더 빨리 적응한다.

나는 최근 들어
예전보다 덜 버겁게 느껴졌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몸이 단순히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산소를 공급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시스템 자체가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스키머신을 바라봤다.

운동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숨참,
천천히 안정되는 심박수,
그리고 조금씩 빨라지는 회복.

2년 전에 살겠다고 시작했던 운동은
그저 힘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힘듦에도
몸의 순서와 이유가 있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운동을 하다 보면
단순히 땀만 나는 것이 아니다.

몸은
언제 산소가 부족한지,
언제 산소 공급이 안정되는지,
운동이 끝난 뒤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움직인다.

그래서 롤링머신보다
전신을 더 많이 쓰는 스키머신을 하고 나면
왜 숨이 더 차오르는지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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