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쓰고 웃고 걷고 먹으며 놀아본 하루

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by 역전의기량


오늘은 하이록스 커뮤니티 운동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움직이는 일정.
이렇게 미리 신청해두면,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 속에만 머물지 않고 몸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래서 신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40분이면 끝나는 게임인데, 그 40분이 어찌나 길던지.
고릴라 로우, 월볼, 워킹 런지, 싯업.
매 순간 고비를 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끝나고 나니 뿌듯했다.
내 나이 45에 그 속에서 같이 운동하고 있다는 게, 하하하.
운동신경 하나 없는 곰 중의 곰이 이 정도면 대단한 거 아닌가.
같이 팀을 이뤘던 분들이 워낙 잘하셔서 우리 팀이 이기기까지 했다.
이 또한 경사로세.

토요일 아침부터 찐하게 운동했으니
어제 엄청 드신 것도 좀 소화시켜드리고,
나는 그대로 대학로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은 좋아하는 연극도 보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같은 고고고라도 조금 다르게 보내고 싶었다.
정처 없이 걷고도 싶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공항철도 서울역에 내려
솥밥집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솥에 누룽지 넣고 따뜻한 물 부으니, 그게 또 참 맛있더라.
스테이크로 단백질도 충전하고.

대학로에 가서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오래간만에 책도 읽었다.
플레인 빵 하나 시켰는데 서비스라며 하나를 더 주셨다.
이런 사소한 것도 괜히 기분이 좋다.

연극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남아
대학로 주변을 걷다가 버스킹하는 분들 노래도 들었다.
볕이 좋아서 그런지, 가만히 앉아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귀호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

공연도 재미있었다.
웃을 일이 많지 않았는데, 한 시간 반 동안 턱 빠지게 웃은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는 치킨 플레이트로 저녁을 챙겨 먹었다.
그 와중에 단백질 챙긴다고 또 의미를 붙이며 먹고,
파닭꼬치도 하나 더 먹었다.
먹고 싶었으니까.

배부르게 먹은 건가 싶었는데,
하이록스에 대학로 산책까지 하루 종일 15,000보를 걸었더라.
참 잘 놀았다 싶다.

그러다 엄마가 이모 안부가 궁금했는지 전화가 왔다.
그 목소리를 듣는데 가슴 한켠이 조금 저민다.

아침 9시에 나와 저녁 9시가 넘어 집에 들어와서는
무알콜 맥주 한 캔까지 마셨다.
그 와중에 또 먹는 기량이, 참.

그래도 너무 간만에 하루 종일 잘 놀았다.
종종 이렇게 볕 쬐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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