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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전의기량 Apr 10. 2021

엄마의 발을 도와주는 휠체어

고집불통 엄마의 어른연습



딸: 고집불통 엄마

엄마 : 고집불통 엄마를 낳아주신 엄마

동생 :고집불통 엄마의 동생

어르신 , 아저씨



너 혼자가, 나 안가
그거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엄마를 힘들게 하니?


엄마를 집에 모시고 가야 하느라 동네분께 빌려온 휠체어를  들고 두 시간 넘게  엄마를 만나러 갔다.

작년 7월 엄마에게 찾아온 몹쓸 병 뇌경색 한쪽 편마비로 걷지 못하는 엄마를 모시고 집에 오려면  택시비가 불 필요하게 사용되는데 수입이 없었던 나로서는 비용 절약을 위해 휠체어를 빌려 갈 수밖에 없었다.  의도는 좋았으나, 휠체어도 하나의 기계인 것인데  작동방법을 배우거나 숙지하고 갔어야 한 것을  막무가내 고집불통 엄마는 원래 습관대로 닥치면 되겠지 싶었다.




엄마는 내 얼굴을 보자 신나 했다.   

낑낑대고 휠체어를  들고 오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던 것이다. 엄마는 신나서 휠체어를 타코 고집불통 엄마는 식은땀이 줄줄 나며 휠체어를 미는데 휠체어가 더디게 간다.


딸 :  이러다 오늘 안에 가겠어!  나 죽네 살려줘!!

엄마 :  아이고 배꼽 빠져 죽네!  

아이 아빠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왜 안 가는지.


딸:  아니, 집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알아.

이 휠체어 나도 처음 보는데......


10분도 못 가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지나가는 아저씨가 보시고 이야기하셨다.

아저씨:  이거, 바퀴가 이상한 거예요.



고집불통 엄마 지나가는 아저씨가 흘리듯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그저 휠체어가 이상한 것이라고 휠체어 탓을 한다.   원래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고집만 센 사람은 의례 문제 해결을 하려 하기보다 외부의 원인으로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고집불통 엄마는 휠체어를 제대로  작동하려 하기보다 고장 난 휠체어를 빌려줬다 생각했다.


딸:  뭐로 가도 오늘 안에는 가겠지.

싶어  땀을 뻘뻘 흘리며 휠체어를 끌고 가고 있었는데   경사진  내리막길에 가다  운행을 못해서  휠체어가 앞으로 쏠렸고 엄마도 맨바닥에 두 무릎을 찧었다. 무릎을 맨바닥에 찧은 엄마,  바닥에 앉아서 나는 안 가겠다고 짜증을 부린다.  달래고  엄마 상처를 어루만져도 소용이 없다. 뇌경색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치매까지 예전 같으면 작은 상처에도 벌떡 일어났을 엄마였는데  점점 투정 많은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는 바닥에 앉아 투정 부리고 나는 엄마를 달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으니  지나가시던 어르신이 물어보신다.


어르신:  내가 도와줄까요?

딸:  괜찮아요. 제가 할 수 있어요.

혹시 제가 휠체어를 운행에 보지 못해서 그런데요.

이게 왜 잘 움직이지 않은지 알 수 있을까요?

어르신 :  두 바퀴에 각각 브레이크가 있는데 하나가 뒤로 젖혀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어르신 말씀이 맞았다. 한쪽 브레이크가 제쳐져 있는 것을 모르고 무식하게 밀려고만 했었던 것이다.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아마 길바닥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성질만 내고 있었을지 모른다.   어르신의 도움으로 엄마를 설득시켜  휠체어를 밀고  지하철을 타려 가는데 수월하게 가는 휠체어가 고맙고  함께하는 엄마와의 시간이 감사했다.  지하철을 내려가는 순간에도, 환승을 하는 순간에도  고집불통 엄마는 긴장의 끝을 놓지 못했지만  휠체어 운행에  식은땀 흘리는 순간순간   지나가는 분들이 도움 주셔서 도착지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지하철을 환승하며 타고 가는 중간에도
치매를 앓고 투정 부리는 엄마지만 생각 없는 듯 고집불통 엄마에게 한마디 던진다.

엄마 :  더 늙기 전에 집도 사야 되고
자리도 잡아야 된다. 네가 살아야 니 딸도 챙기지.


평생을 자기 자신을 위하기보다
남을 위해 살았던 엄마 이제 그만 자기 자신을 바라보아도 되는 것인데  아픈 순간에도 딸을 챙긴다. 눈 앞에 있는 삶이 너무 버겁기만 해서 다른 것을 보지 않고 혼자 서기보다 주위 환경만 탓했던 고집불통 엄마는 엄마의 말을 듣고 가슴이 저민다.  엄마에게 찾아온 예기치 못한 병, 집안의 큰딸로서 엄마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 마음이 아팠고  지금 현재의 삶이 버거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투정만 부리던 나에게 동생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동생:  이 세상 짐을 언니 혼자 다 짊어졌다고 생각하지 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돼.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안 해봤으니 못할 수 있고  부족할 수 있다. 눈 앞에 있는 것만 보며 본질적인 이유를 찾기보다 남 탓을 하며  불평하지 말고  한 단계 두 단계 멀리 생각해보자.   같은 환경이라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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