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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전의기량 Jun 13. 2021

엄마를 사랑하는 엄마

고집불통 엄마의 어른 연습

보험회사 재밌어?


엄마가 발등이 아프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엄마를 몇 주 만에 보러 갔더니 엄마가

날 보자마자 묻는다.


응. 배우며 열심히 따라가고 있어.

내가 돈을 벌어야 너 보험도 가입해 주고 할 텐데......


주위에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분들도 많고 괜찮으니까 내 걱정 말고 엄마나 벌떡 일어날 생각 해 제발


작년 7월, 뇌경색으로 치매진단까지 받은 엄마이지만 동생의 배려로 참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사람 욕심이란 건 한도 끝도 없다고 했던가 난 엄마가 다시 예전대로 걸어서 하고 싶은걸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걷지 못해서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살지 못해서 답답해하면서도  

엄마 자신보다 언제나 가족 걱정에 바쁘다.



휠체어를 끌고  지하철로 가는데 왜 그리도 덥던가  날씨는 30도를 다다르고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데 엄마는 집에 가면 손녀 옷 사준다 몇 번을 이야기한다.  엄마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두텁은 긴팔은 보이지 않지만  태어나 8살까지 키워준 손녀는 언제 봐도  챙겨주고 싶은 아이였던 것이다.


딸보다, 엄마가 입고 있는 옷이 안쓰럽다. 

날씨는  몹시도 더운데, 난 추우니 괜찮다는 엄마


아직, 월급을 받은 것도 아니고 수중에 대단한 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가 살아갈 앞으로의 날은 지나온 날보다 조금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옷가게에 휠체어를 세웠다.


사장님, 엄마가  입을 티셔츠 좀 골라주세요.


사장님께서는 두 개의 꽃무늬 티셔츠를 골라주셨는데 내가 보기에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마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이 별로여서  화사 해 보이는 것으로 엄마한테 이거 어떤지 물었다.


어. 이거 입어 볼래.

ㅋㅋㅋ 춥다고 괜찮다 하던 엄마는 탈의실에

티셔츠와 바지를 입어보라고 주니  마음에 드는지  티셔츠를 나중에 하나 더 사야 겠다고 했다.

털바지에 두터운 긴팔 옷을 벗어던지고 이쁘게 옷을 입고 휠체어에 탄 엄마의 얼굴엔 입가의 미소가 한가득이다.



두 시간가량 걸려 도착한 우리 집 근처

엄마는 손녀딸을 보더니  내일 시장으로 옷

사러 가자 한다.  


엄마가 무슨 돈이 있다고 옷 사준다 해

내가 또 언제 올지 알고  딸아이 둘도 아니고

하나 있는데 잘 키워야지.


엄마의 바람대로 엄마 나 그리고 남편과 딸은

집 근처에 옷집에 가서 아이 옷을 샀다.


요새 들어,  더욱이 인천 집에 가고 싶다든가, 손녀 옷을 못 사줘서 미안하다 하는 엄마의 말 한마디는 내 목을 걸리게 한다.   


 하루 24시간을 모자라게 움직이던 엄마는 삼시 세 끼를 먹으면 비는 시간엔 누워서 쉬거나 잠을 청한다.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더욱이 쳐지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마음 한편에는 늘 내 걱정뿐이다.  엄마의 마음을 알지만  그 무엇도 지금은 내가 엄마한테 해줄 수 없기에 엄마의 말 한마디가 더욱 나를 슬프게 한다.


그저, 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하루빨리 자리 잡아 엄마도 나도 편해질 수 있도록 엄마에게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다.


.
이제 나도 내 인생을 잘 살고 있으니
엄마도 내 걱정 말고  남은 인생 엄마만을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고마워, 사랑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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