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질(vagina)은 생식기의 통로입니다. 질이 세균에 감염돼 질염이 발생하면 증상이 질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방광·골만 등 주변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합니다.
이런 질염을 예방하고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자가요법들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요구르트요법, 마늘요법, 티트리 오일 요법, 식초요법 등 내용이 다양합니다. 이 같은 자가요법들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잘못하며 오히려 질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질 속 균형 깨지면 질염 발생
여성의 질(vagina) 내부는 평소 산도(pH) 3.8~4.5의 산성을 유지합니다. 산성인 이유는 외부에서 질을 통해 침입하는 세균의 서식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
질이 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질 속에 있는 유익한 균인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라는 유산간균 덕분입니다. 유산간균은 질 상피세포의 글리코겐을 유산(젖산)으로 바꿔서 pH를 일정하게 지속시킵니다.
하지만 질의 pH 균형이 깨지면 질에 해로운 세균이 증식하고 질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질염 중 가장 흔한 것이 세균성 질염으로 절반 정도 차지합니다. 이어 칸디다성 질염 20~25%, 트리코모나스(편모충) 질염 15~20% 순입니다. 이외에 비감염성 질염도 있습니다.
산부인과 방문 꺼려 자가요법 찾아
질염이 심하면 보통 항생제로 치료합니다. 질에 유익한 락토바실러스 균은 살리고, 세균성 질염을 일으킨 세균만 죽입니다.
하지만 질염으로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여성들이 자가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가요법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것들은 △요구르트 △마늘 △티트리 오일 △식초 △붕산 등입니다.
이 같은 질염 자가요법과 관련 일부 효과를 봤다는 사례가 공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효과가 확실하게 규명된 것들은 아직 없습니다.
이런 자가요법들은 곰팡이균의 일종인 칸디다로 발생하는 칸디다성 질염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질염 증상이 있을 때 세균성인지, 칸디다성인지, 다른 원인 때문인지 알 수 없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요구르트 요법
질염 자가요법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 중 하나가 요구르트나 생균제를 섭취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여성 질에 유익한 균인 락토바실러스를 회복시킨다는 원리입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질의 세균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요구르트 같은 유익 균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일관성 있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선 긍정적인 연구를 살펴보면, 1992년 한 연구에선 락토바실러스 애시도필러스를 함유한 요구르트를 매일 섭취하면 질염 위험이 감소한다고 보고했습니다. 2010년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질염 치료 후 복용하는 요구르트 등 생균제는 감염의 재발률을 약간 줄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제에 대한 대부분의 임상 실험은 방법론적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Journal of Chemotherapy’ 저널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선 요구르트 등 생균이 질염을 일으키는 칸디다 감염을 예방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2017년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저널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요구르트 등 생균제가 항생제 등 전통적인 치료법과 비교해 칸디다 감염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 가지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근거가 매우 낮아서 크게 신뢰할 순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듯 요구르트는 질염 치료와 예방 효과가 아직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구르트 같은 인체에 이로운 균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시도해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 혼합 요법
프로바이오틱(Probiotics) 혼합 요법이 질염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당량 섭취했을 때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살아있는 세균, 즉 생균을 총칭합니다. 쉽게는 요구르트 같은 유익 균을 말합니다.
질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 대신 생균제를 먹는 것은 아직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칸디다성 질염이 있는 여성에게 프로바이오틱스 혼합 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2012년 7월 ‘Archives of Gynecology and Obstetrics’ 저널은 꿀벌의 꿀과 요구르트 혼합물을 칸디다성 질염에 걸린 임신한 여성의 질에 사용한 결과 치료에 도움이 됐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2015년 11월 ‘Global Journal of Health Science’ 저널에는 꿀과 요구르트로 만든 질 크림이 칸디다성 질염을 치료하는 항진균제(clotrimazole 성분) 질 크림과 효과가 유사하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됐습니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 혼합물을 이용한 자가요법의 효과를 확실히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마늘, 티트리 오일 요법
마늘과 티트리 오일도 칸디다성 질염에 많이 언급되는 자가요법입니다. 마늘에 함유된 유화아릴 성분이 곰팡이의 증식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원리입니다.
많은 연구들에서 마늘의 항균력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British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aecology’ 저널은 마늘을 먹어도 여성 질의 칸디다 곰팡이 감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을 게재했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밤에 잠을 자면서 마늘 한 쪽을 질에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알레르기, 화상 등 질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과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또 희석된 티트리 오일을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에 바르거나 속옷에 한 방울 떨어뜨려서 사용하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티트리 오일은 티트리의 잎과 잔가지에서 추출합니다.
티트리 오일이 강한 산성을 띄기 때문에 질 안에 번식하는 곰팡이와 박테리아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티트리 오일은 실험실과 쥐 연구에서 칸디다 균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식초·붕산 요법
물에 식초를 풀어서 질 세정을 하라는 요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식초 물이 질 벽을 손상시키고, 이 때문에 질염이 더 악화되거나 질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붕산(boric acid)을 푼 물로 질을 세정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붕산도 자극적이고 여러 가지 위험성이 있어서 피해야 합니다. 질 화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신했을 때 사용하면 절대 안 됩니다.
이외에도 코코넛 오일, 석류 젤, 에치나세아 퓨레아 액체 등 많은 자가요법이 온라인에 떠돕니다. 아직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자가요법을 시도하기 전에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이승호 교수는 “효과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자가요법보다 항생제 등 의학적으로 효과가 확인 된 방법으로 질염을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청결한 질 관리를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질염에 걸렸을 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알고 제대로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평소 질 밸런스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질염에 걸렸을 때 주요 증상
-회백색 질 분비물의 증가
-생선 냄새
-뜨거운 작열감
-가려운 소양감
-성관계 시 통증
-배뇨통
※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올바른 생활습관
-대중목욕탕이나 사우나 이용을 자제한다.
-속옷은 땀이나 분비물 흡수에 도움이 되는 면 소재를 입는다.
-꽉 끼는 하의를 입지 않는다.
-질 안쪽을 비누처럼 산도(pH)가 높은 강한 알칼리 성분으로 세척하지 않는다.
-배변 후 질의 세균 감염을 피하기 위해 앞에서 뒤로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