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균 폐질환을 아시나요? 일반인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항상균 폐질환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결핵(Tuberculosis‧TB)과 이를 제외한 항상균(non-tuberculous mycobacteria)에 의한 비결핵 항상균 폐질환(NTM lung disease)을 포함한 질환군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결핵 신환자 발생률과 사망률은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중 하나는 65세 이상 노인층에서의 결핵환자 증가입니다.
결핵은 면역체계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집니다. 면역력이 낮은 노인이 많아지는 고령사회가 될수록 발병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과거 매우 빈곤했던 시대를 살았습니다. 당시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결핵 발생률을 보였던 결핵 왕국으로, 많은 사람들이 결핵균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체내로 들어온 결핵균은 계속 잠복상태로 있다가 수명 연장과 비례해 잠복상태를 벗어나 질병을 일으키는 확률이 높아진 것입니다. 더불어 노인 대상 각종 요양시설이 늘어나고, 집단 거주하는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질병 전파 위험성도 커졌습니다.
비결핵 항상균 폐질환은 결핵에 비해 많이 생소합니다. 신문‧방송 등 매스컴에서는 기억하기 쉽고 이해가 빠르도록 유사결핵 등으로 부릅니다. 비결핵 항상균은 자연수‧토양‧흙‧샤워시설 등에서 흔하게 접하는 균입니다.
결핵 발생률이 낮은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선 결핵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폐결핵 발생률과 유병률이 높으면서도, 동시에 비결핵 항상균 질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서구화된 생활양식과 함께 평균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자 증가, 면역력 약화 때문입니다.
항상균 폐질환은 그 진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1차적 필수검사는 △흉부 X선을 통한 영상학적 검사 △객담을 통한 항상균 염색검사(stain) △배양검사(culture)입니다.
노인 환자의 경우 과거 앓았던 질환이 폐에 남긴 흔적이나 폐암 때문에 감별이 필요하거나, 위약감 등으로 객담 배출이 어려운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추가적인 컴퓨터단층촬영(CT)뿐만 아니라 침습적 검사법(기관지 내시경 및 조직 생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노인 환자이기 때문에 검사 전에는 기저 질환, 전신상태 및 검사 자체의 위험도와 이점에 대한 면밀한 사전평가가 필요합니다. 검사를 하더라도 검사로 인한 부작용 빈도도 높습니다.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영상학적 검사만으로는 확진과 감별진단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상당 수의 비결핵 항상균 폐질환이 영상만으로는 결핵균인지 아니면 비결핵 항상균인지 감별이 어렵습니다. 또 객담 항상균 염색검사 자체로도 전염병 원인인 결핵균과 비전염성인 비결핵 항상균을 즉각 감별할 수 없습니다.
이는 집단거주 시설에 있는 노인환자에게 매우 중요한데, 실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항상균 염색검사에서 항상균이 보일 경우 결핵균이 아닐 확률이 무려 50% 가량 됩니다.
과거와 같은 영상검사나 객담 항상균 염색검사만으로는 오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는 결국 노인환자가 부정확하고 불필요한 항생제 치료에 노출될 가능성이 증가한 것을 의미합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선 분자생물학적 검사법과 같은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며, 배양 검사를 바탕으로 정확한 균을 감별해 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 무엇보다도 환자의 영상학적 소견과 최종적으로 확인된 균주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임상의사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핵이나 비결핵 항상균 폐질환은 장기간에 걸친 치료가 필요합니다. 우선 결핵은 그 자체가 전염병이기 때문에 진단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3가지 또는 4가지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는데, 노인 환자의 특성 상 기존에 복용하고 있던 약제와 충돌문제(상호작용)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시력저하‧간독성‧관절통‧발진‧가려움증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효과적인 약물을 사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중등도 이상의 부작용을 경험하게 될 경우 최소 6개월 이상의 복용기간이 필요한 약제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져서 치료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면적인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최근에는 되도록 복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2~4가지 성분을 1알에 결합한 약제가 국제보건기구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노인의 경우 다제내성 결핵이 발병하면 치료가 매우 어렵습니다. 18개월 이상 주사제를 포함한 5가지 이상의 항생제 치료와 더불어 경우에 따라 폐절제술 같은 외과적 치료도 필요합니다.
오랜 기간의 약물치료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고 폐절제술 역시 전신 상태에 따라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국제보건기구는 다제내성 결핵의 경우 반드시 항상균 폐질환 전문가에 의한 치료를 권고합니다.
비결핵 항상균 질환은 균이 확인됐다고 해서 반드시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의 경과를 보면 일부는 병이 크게 진행하지 않기도 하며, 일부는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악화의 경로를 밟기도 합니다. 또 일부 환자는 진행하지 않다가 어느 시점에서 악화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흉부 영상소견과 객담검사를 통해 진행 양상을 장기간에 걸쳐 추적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악화되기 시작하면 약물 치료를 하는데, 통상 12~24개월의 치료 기간이 필요하며 균주에 따라 현존하는 약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를 통해 70% 정도에서 호전을 보이지만, 결핵에 비해 재발률이 높습니다.
결핵과는 달리 마크로라이드(macrolides)계 항생제가 중추적인 항생제로, 이와 더불어 2~3가지 항생제가 병용 투여됩니다. 이 또한 결핵 치료와 마찬가지로 노인 환자에서 특히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고 치료 유지가 어렵습니다.
마크로라이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 성공률이 매우 낮습니다.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장복하는 경우 일부 환자에선 심전도에서 이상이 발생해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합니다.
노인환자는 다른 질환 때문에 병용 투여되는 약제로 인해 그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외과적 절제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장기간의 추적 관찰과 진단, 치료 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해 비결핵 항상균 폐질환은 이를 진단‧분석‧관리하기 위해 전문화된 의료진이 추적 관찰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약제가 별로 없는 지금, 치료가 쉽지 않은 난치성 결핵과 비결핵 항상균 질환은 고령화가 진단과 치료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섬세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도움말 :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이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