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한데 허전한 날들에 대하여

큰 상차림보다 작은 만족이 남는 이유

by 해루아 healua

저번주, 가족과 함께 뷔페를 다녀왔습니다. 넓은 홀을 가득 채운 음식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죠.
샐러드, 사시미, 로스트비프, 초밥, 각종 중식 요리, 케이크와 디저트들… 한 접시에 다 담기 어려울 만큼 풍성한 메뉴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바라보다 문득 어린 시절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저는 ‘많음’ 그 자체가 설렘이었고, 무엇을 먼저 먹을지 고민하는 과정마저 즐거움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뷔페는 조금 피곤한 공간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은 넘치는데, 막상 먹고 나면 속은 허전하고 여러 맛이 뒤섞여 만족감도 금세 옅어졌습니다. 결국 남는 건 더부룩한 포만감뿐이었죠.


이 날도 그랬습니다. 맛있게 먹었지만 금세 질리고, 마음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그 감정...


그 대비를 더 선명하게 해 준 건 제가 평소 좋아하는 ‘한 그릇의 음식’이었습니다. 곤드레 밥 정식, 닭곰탕처럼 한 가지 메뉴를 천천히 음미할 때는 전혀 다른 경험이 찾아옵니다. 화려한 상차림은 아니지만, 한 그릇에 담긴 온기와 깊은 맛이 오히려 입맛을 깨우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 주죠. 작은 접시에서도 충분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오늘은 그 감정의 차이를 찬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삶의 모습과 겹쳐졌습니다.


우리는 종종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담으려 합니다.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목표, 더 많은 성과와 관계들. 겉으로 보기에는 풍성해 보이지만, 마음은 쉽게 지치고 금방 질려버리기도 합니다.


가득한데 허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내가 진짜 좋아하는 한 가지에 마음을 모을 때, 삶은 전혀 다른 결로 다가옵니다.
크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깊은 만족이 스며들고, 천천히 걸을수록 행복의 결이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 찾아오죠.


오늘 뷔페에서 얻은 작은 통찰은 결국 이렇게 정리됩니다.


“많음과 유혹을 좇기보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두며 살아가기. 그것이 결국 우리 삶의 맛을 더 풍성하게 해 준다고.”



swipe-QoH5d7E0jCk-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Sw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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