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서 피어난 조용한 헌신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온 남편이 현관문을 들어서며 아이처럼 씨익 웃었다. 겉옷을 벗기도 전에 자랑스레 내뱉은 말은, 친구들에게 "얼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애들이 나 보고 결혼 잘했대. 아내가 매일 맛있는 저녁 해줘서 그런 것 같다고 내가 엄청 자랑하고 왔지."
남편의 그 한마디에 코끝이 찡해졌다. 사실 주부에게 '매일의 저녁'이란 때론 고단한 숙제 같기도 하다. 메뉴를 고민하고, 재료를 다듬고, 불 앞에 서서 끓여내는 과정들. 그 반복되는 노동이 가끔 당연하게 여겨질 때면 힘이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남편은 그 사소한 '밥 한 끼'의 수고를 잊지 않고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기분 좋은 순간에, 그 공을 오롯이 나에게 돌려주었다. 남편의 좋아진 안색이 내가 보낸 시간들에 대한 가장 다정한 대답처럼 느껴졌다.
내가 정성껏 차린 식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남편에게 보내는 나의 응원이었고, 남편은 그 응원을 먹고 밖에서 건강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다시 "결혼 잘했다"라는 타인의 입을 빌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보상으로 나에게 되돌아왔다.
사랑은 어쩌면 거창한 약속이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의 일상을 건강하게 지켜주려 애쓰는 마음, 그리고 그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다정함.
오늘도 나는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며 생각한다. 내가 만든 이 작은 행복이 남편의 웃음이 되고, 결국 다시 나의 기쁨으로 돌아올 것을 알기에 오늘 저녁을 준비하는 내 손길은 한결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