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데도 매트 위에 서는 이유

나를 지탱하는 두 번째 의식, 요가

by 해루아 healua


느리게 살기 위해,
나는 세 가지 의식을 반복한다.

첫 번째가 차를 우리는 시간이라면,
두 번째는 몸을 움직이며
나를 깨우는 시간이다.

그 시간의 중심에는 '요가'가 있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오래 버티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살이 쪄서 그런지 숨이 더 빨리 차올랐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순간을 견디는 일이 힘들었다. 체력장은 늘 부담이었고, 유연성 테스트에서 발끝에 닿지 않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오금과 햄스트링을 억지로 늘릴 때 느껴지던 찌릿한 통증이 너무 싫었다. 힘들면 피하고, 지루하면 그만두는 쪽을 더 쉽게 선택했다. 그래서 몸을 쓰는 일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오래도록 생각해 왔다.



그렇게 한동안 운동과 멀리 지냈다. 몸은 점점 무거워졌고, 서서 일하는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다리가 자주 붓곤 했다. 자세도 점점 틀어졌고, 몸이 굳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굳어 있는 몸을 천천히 풀어 주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요가'였다.



직장 생활을 하던 때 나는 교대 근무를 했다. 점심에 출근하는 날이면 두 시간 먼저 일어나 요가 학원에 갔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은은한 인센스 향이 퍼지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매트 위에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는 그 시간이 좋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하루의 시작이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힘든 하루가 기다리고 있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반년쯤 지나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았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일이 먼저가 되면서 요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 이후로 한동안 다시 시작하지 못했다. 그렇게 요가 없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요가를 다시 시작한 것은 2024년 1월이었다. 결혼을 하고, 퇴사를 하고,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 해야 할 일도 없고 쫓길 일도 없는데 마음은 더 불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



바쁘게 살 때는 몰랐던 공허함이 조용히 따라왔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많아졌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몸도 함께 굳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매트 위에 올라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조금은 따라올 것 같았다.



사실 지금도 요가는 아주 지루하기 짝이 없는 운동이다. 매트 위에 올라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잘되지 않는 자세 앞에서 매번 멈춰 서야 한다. 어떤 날은 몸이 굳어 있어 전굴 자세를 할 때 앞으로 숙여지지 않고, 왜가리 자세를 하면 햄스트링과 오금이 열리지 않아 괴롭다.



균형을 잡지 못해 몇 번이고 넘어지기도 한다. 물구나무서기 같은 강도가 높은 동작이 나오면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괜히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고, 나만 못하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요가를 하며 조금씩 알게 된다. 오늘의 몸은 오늘의 몸일 뿐이라는 것,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잘되지 않는 자세 앞에서 멈춰 서 있는 시간도 나를 단련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요가 수업이 시작되면 선생님은 늘 짧은 말을 건넨다. 어떤 날은 호흡에 대한 이야기이고, 어떤 날은 몸에 대한 이야기이고, 어떤 날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날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요가는 치유입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몸만 보세요.
지루하다고 그만두면 몸이 아플 뿐이에요.
뭐든지 6개월은 견뎌야 합니다.
안 되는 동작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어요.
쉬었다가 다시 하면 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건 요가 이야기 같았지만 사실은 내 삶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선생님이 아로마 오일을 귀 뒤에 발라 주기도 하고, 수업이 끝날 무렵 조용한 명상 음악을 틀어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런 분위기가 어색했는데, 요즘은 그 시간이 있어야 몸이 풀린다.



수업을 시작할 때는 몸이 굳어 있고 마음도 바쁘지만, 호흡을 맞추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힘이 빠지고 몸이 서서히 이완된다.



1년쯤 지나고, 2년쯤 지나고 나서야 안 되던 동작들이 조금씩 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발끝에 손이 닿았고, 어느 날은 균형을 오래 버틸 수 있었고, 어느 날은 호흡이 흔들리지 않았다. 아주 조금씩,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느리게 변했다.



신기하게도 요가는 시작보다 끝이 좋은 운동이다. 처음보다 마지막에 더 편안해지고, 시작할 때보다 끝날 때 마음이 더 조용해진다.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아도, 기록이 남지 않아도, 몸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정리되는 느낌이 있다. 요가라는 말의 뜻을 처음 알았을 때 조금 놀랐다.


요가는 '묶는다, 결합한다, 억제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고 흩어진 의식을 붙잡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 뜻을 알고 나니 매트 위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흩어진 나를 다시 모으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가는 나에게 오늘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나를 밀어붙이지 않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고, 부족한 상태를 견디는 연습이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는 시간이다.



예전의 나는 늘 무언가를 더 채우려고 했다. 더 잘해야 하고, 더 빨라야 하고, 더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가를 하며 알게 되었다. 빨리 변하는 몸은 없다는 것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다치고 욕심을 내면 균형을 잃고 서두르면 호흡이 흐트러진다는 것을.



삶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빨리 가려고 했고,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멈추면 뒤처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매트 위에서는 빨리 가는 사람도 늦게 가는 사람도 없다. 그저 오늘의 몸으로 서 있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지루한 시간을 견디며, 매트 위에 선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고, 잠깐 멈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에 비로소 내가 나에게 돌아온다. 느리게 살기 위해, 지금의 나를 잃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