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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바람, 내 안의 여유

by 해루아 healua

내 운동 루틴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비비기도 전에, 신수지 복근 운동 다섯 가지 동작을 20회씩, 2세트 한다.

평일에는 주 2회, 주민센터에서 요가수업을 1시간 30분 듣는다.

점심 식사 후에는 20분 정도 산책을 하고, 저녁엔 달리기 30분 달리기나 1시간 헬스를 한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부지런한 운동 루틴이다.

하지만 반전은, 이렇게 해도 예전처럼 살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것.





슬픈 현실이지만, 괜찮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마른 몸을 쫓기보다는, 달라진 내 몸을 기꺼이 안아주고 받아들인다.

슬림한 몸보다, 이제는 건강한 몸이 이제는 더 중요하니까.


사람들은 보통 새벽이나 아침, 혹은 저녁 시간에 달린다. 나는 주로 저녁이다.

남편이 퇴근하고 나면, 저녁 식사 전에 함께 뛰러 나선다. 시간은 대개 오후 6시 30분쯤.


저녁 시간이 조금 늦어지긴 해도, 살다 보면 그런 유연함도 필요한 법이다.

가끔은 저녁을 먹고 소화시키고 나서 달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는 몸이 무겁고, 운동 후 남은 시간도 어정쩡했다.



일요일엔 아침 러닝을 했다. 확실히, 아침 공기는 다르다.

하루를 일찍 여는 느낌. 저녁보다 두 배는 더 상쾌하고 개운했다.



오늘은 특별히 아침에 달렸다. 내일 있을 '대장 내시경' 때문이다.

저녁 7시부터 장청결제를 먹어야 해서, 그 후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배고픔을 잘 참지 못하는 나로서는, 오늘 아침이 아니면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 달리는 내내 마음이 울컥했다.

맑은 하늘, 초록빛 나무와 풀, 여유롭게 걷는 사람들, 시원한 바람, 그리고 탄천길.

모든 것이 오늘따라 유난히 고맙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건 집 앞에 이어진 탄천길 덕분이다.

더운 날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고, 탁 트인 풍경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그런데 왜 오늘에서야, 그 모든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을까?


달리며 사소한 것들에 감사할 수 있었다는 건, 내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여유가 바로 달리기에서 오는 걸지도.


나이키 런


오늘도 5km를 달렸다.

속도를 조금 높였더니 숨이 찼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운동의 쾌감이라기보다, 삶의 여유가 밀려온 순간이었다.


내가 운동을 하며 느낀 건 다섯 가지다.


1. 달릴 땐 마음이 즐겁다.

2. 달린 후 먹는 식사는 더 맛있다.

3. 자연은 매일 고마운 존재다.

4.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5. 비타민 D 충전으로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지금 이 순간,

참 잘 달렸다. 참 잘 살아냈다. 오늘의 내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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