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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미 Sep 15. 2024

엄마의 자리

너의 모든 것을 내 눈에 담고 싶지만.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올려준 현장학습 사진을 갤러리에 저장한다. 스물몇 명의 아이들 중 내 아이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늘색 학급 티셔츠를 입고 갔어야 했는데, 아이는 파란색 불꽃 티셔츠를 입고 있다. 여름방학 동안 폭풍 성장하여 3월에 받은 학급 티셔츠는 이미 작아진지 오래다. 


 활은 몇 번째에 서서 쏘는지, 어떤 자세로 서 있는지 사진을 확대해 본다. 표정을 확인하여 그 시간대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싶다. 멀리서 찍은 단체 사진이라 확대하니 사진이 깨진다.


 경운기에 두 줄로 앉아 브이자를 한 사진은 아이들 모두 더워 보인다. 진드기에 물릴까 긴바지를 착용해서 곱절은 더웠을 것이다. 경운기에 탄다고 안전모까지 썼으니 머리칼은 물론이고 등줄기까지 촉촉해졌겠지.


 도시락을 먹다 선생님의 “여기 보세요!” 말에 반응했나 보다. 아이는 양볼이 잔뜩 통통해져 귀여움이 한가득이다. 사진을 보는 엄마는 아이에게 다가가 꼭꼭 씹어 먹으라며 목은 메이지 않는지 묻고 싶다. 


 아이는 사진에 보이는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썰매를 탈 때 왜 자신이 먼저 출발했는지, 넘어진 친구는 누구인지, 이번엔 여자들 차례였어, 재밌지만 조금 무서웠어, 당연히 더웠지.. 재잘거리는 아이의 목소리에 눈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고 가는 버스 시간이 너무 길어 아이는 짜증이 날 뻔했다고 한다. 멀미를 하지 않는 아이라 다행이지만 제주도에서 한 시간이면 꽤 먼 거리다. 



 현장학습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수업을 위해 이동중이었고, 남편도 볼일이 있었다. 20분가량 혼자 아빠를 기다리게 된 아이는 무지개 마당 의자에 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는 혼자 있는 아이가 걱정이 되어 차마 전화를 끊지 못한다. 친구들은 다 어디론가 가버려 놀 사람이 없다며 엄마의 목소리를 잡아두는 아이다. 


“유준아~~!!”


아이의 목소리 건너 바람 소리를 가르는 남편의 음성이 울린다. 나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전화를 끊는다. 이럴 때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아이들 곁에 있고 싶다. 한순간도 놓침 없이 내 눈에 담아두고 싶다. 표정도, 걸음걸이도, 모기 물린 위치도, 입가에 묻은 도시락의 흔적도, 책가방에 달랑거리는 캐릭터 키링들까지도. 



 저녁 수업이 많아진 나에게 남편은 이제 수업을 줄이라 한다. 자신이 나갈테니, 엄마가 아이들 곁에 있으라 한다. 너무 성급하게 일을 시작한 건 아닌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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