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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미 Sep 15. 2024

웃음

웃어야 산다. 


 왜 거기서 웃음이 그렇게 터졌는지 모르겠다. 눈물까지 나와서 한참을 닦아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직원들이 팝콘통과 음료수 쓰레기 등을 수거하고 있었다. 유준이가 먹던 팝콘이 남아 차에서 먹어야지 생각하며, 버터오징어 종이그릇을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으로 손을 넣으려는 찰나였다. 


 쓰레기를 수거하던 직원이 내 쓰레기를 잽싸게 낚아채 쓰레기통에 넣는다. 반대 손에 있는 남은 팝콘도 잽싸게 가져가려는 직원은, 아직 남아 있다는 내 말에도 팝콘통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그러니 나도 힘을 줄 수밖에. 


 그제야 직원은 팝콘통을 놓아준다. 사람들 손에 들린 쓰레기들을 기계적으로 수거하려는 직원과 남은 것을 사수하려는 내 몸짓이 무슨 코미디 상황 같았다. 


  문제는 터져버린 내 웃음이다. 팝콘통 하나를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를 한 상황이 뒤늦게 너무 웃겼다.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들썩거리다 눈물이 날 만큼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함께 간 시조카는,

 “숙모, 이게 이렇게 웃겨? 눈물 날 정도야?” 라며 놀라워한다. 

내가 우는 것을 처음 봤으니 당황한 듯 했다. 

 유준이도, “엄마~ 왜? 왜 그래?” 하며 자초지종을 묻는다.


 그렇게 눈물을 쏙 빼고 웃고 나니 이상하게 속이 후련했다. 너무 웃어 눈가에 난 주름이 짙어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렇게 한바탕 몸을 들썩이고 나니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것이다.


 그 직원 앞에서 이렇게 웃었으면 아마 실례가 됐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 뒤늦게 웃음이 터졌다. 어쩌면 그 직원도 몇 초뒤에 나처럼 웃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웃음이 계속 이어졌다.

 



 사실 웃긴 상황은 그전에도 있었다.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본 영화는 <슈퍼배드4>이다. 어른이 봐도 재밌는 스토리였는데, 나는 너무 피곤해서 15분 정도 잠에 들었다. 사실 작정하고 자려는 생각도 있었다. 잠자느라 몇 분 놓쳤는데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 만큼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영화였다. 


 화장실을 가려고 나왔는데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남편과 둘째 시원이가 내리는 게 아닌가. 남편은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어떻게 완? 아직 영화 안 끝났는데?” 말하며 화장실로 뛰어갔다. 남편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며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시원이가 나를 발견하면 내가 다시 영화관에 들어갈 수 없으니, 남편이 그런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렇게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시원이가 고갯짓을 하는 사이 잽싸게 상영관으로 뛰어갔다. 아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렇게 달리는 내가 어찌나 웃기던지. 막상 이어서 보려니 남편에게 미안했다. 앞좌석에는 조카와 유준이가 앉아 집중을 하고 있다. 




- 끝나려면 좀 남았는데 나 먼저 나갈까?


남편에게 카톡을 보내니, 남편은 시원이가 오락실 붕붕카를 타고 있는 사진을 보내며 괜찮다고 한다. 


 낮잠에서 깬 시원이가 답답하다고 징징댔을 거다. 아직 영화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여기까지 마중 올 정도니, 그 상황이 그려졌다. 남편 덕분에 나는 무사히 영화를 끝까지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놀려야하고 나는 피곤하니 영화관을 택한 이유도 있는데, 영화도 재밌고 실컷 웃으니 피로도 풀리는 것 같다. 



그래, 웃어야 산다. 웃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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