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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미 Sep 15. 2024

지구상 가장 독창적인 창조물

나의 모국어, 한글.


제주도에서 20년 넘게 살았던 섬사람이 서울에 가서 지하철을 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미로 찾기 같은 지하철 노선은 분명 한글로 쓰여있는데, 왜 이해가 하나도 안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늘 함께 동행한 옆 사람의 눈을 빌려 지하철을 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눈앞에 휘황찬란한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낯선 우리 땅을 밟을 때면 어색한 두려움이 몰려오곤 했다. 반은 영어, 반은 한글로 도배된 간판과 지하철 노선을 보며 순간 상상해 보기도 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배경 중 누군가 한글만 쏙 하고 훔쳐 간다면? 자음과 모음들이 흩어져 제각각 빙글빙글 날아가 버린다면? 외국과 다름 없는 이곳에서 나는 목적지를 찾아갈 수나 있을까?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며, 한글에게 감사함을 느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한글에게 쓴 편지도 있는데, 너무 유치해서 차마 붙여넣기는 못 하겠다. 



 ‘한글이 우수할 수밖에 없는 열두 가지 이유’(노은주 글·그림, 단비어린이 펴냄)는 우리의 위대한 유산인 한글의 우수성과 소중한 가치를 설명하는 정보 그림책이다. 책의 앞, 뒤표지에는 형형색색의 자음과 모음이 마치 놀이 기구처럼 표현되어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오빠가 동생 새미와 반려견 또리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열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구성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양하고 상세한 그림과 글, 말풍선이 조화를 이루어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정보 전달을 흥미로 이끌어내기에 손색이 없다.


 그리고 한글 창제 원리와 한글이 우수한 이유마다 타당한 자료와 근거가 뒷받침되어 흥미로운 백과사전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또한 조선시대까지 어려운 한자를 배우기 힘들었던 시대적 배경과, 백성들을 안쓰럽게 여겨 한글 창제를 고안한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다루어져 있다.


 말을 터무니없이 줄이고 붙여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어휘들이 유튜브, 인터넷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에서조차 난립하고 있는 세상이다.  애민정신으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학자들, 오랜 역사 동안 피나는 어려움을 겪으며 선조들이 기필코 지켜낸 한글의 가치와 소중함을 우리 모두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미래를 창조해나갈 아이들이 소중한 한글을 잘 지켜나가길 바란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한글을 통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모국어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한글아, 고맙다. 태어나줘서. 그리고 꿋꿋하게 우리와 함께 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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