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놀이터.
내가 저학년 때만 해도 우리 집 바로 옆 큰길에서 서귀포 오일장이 열렸다. 일호광장부터 선반내까지 이어지는 도로 위에 열리는 시장은 번잡하면서 활기찼다. 오일장은 냄새가 따로 있다. 그 냄새는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을 구수하게 말린 듯한 향이다. 오일장에 들어서면 늘 그런 한약재 냄새가 났다.
매일 같은 풍경의 우리 동네가 5일에 한 번 잔칫날이 되는 것은 무료한 꼬맹이의 일상에도 활기를 주었다. 오백 원짜리 하나 들고서 호기롭게 흔들 말을 타고, 어묵 꼬지도 사 먹는다. 혼자 간 적은 없는데, 옆에 누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기억하나마나 언니들이나 동생일 테지만.
그렇게 사람들이 북적대다 시장이 끝나갈 때면 놀이공원 문 닫는 시간인 양 아쉬웠다. 하는 거라곤 왔다 갔다 사람 구경에, 그 사람들과 오며 가며 부딪히는 일인데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우리가 메이커의 존재를 알 때에도 엄마는 우리에게 오일장 옷을 자주 사주셨다. 사촌언니들은 늘 메이커를 입고 다녀 나는 그런 것들에 눈을 빨리 떴다.
"너네 맨날 오일제 입잖아. “
메이커 옷을 입고 우리 남매에게 무시하듯 이런 말을 하던 사촌 언니, 오빠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수치심이 아닌 것들이 그 시절에는 그런 말들로 상처가 되었다.
요즘은 시장에 파는 옷도 값이 비싸다. 제주시 오일장에 가서 운동복 한 벌 사려 했는데, 일반 매장과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깜짝 놀란적이 있다.
제주시 오일장은 가끔 가면 차가 엄청 막혀 주차 전쟁이다. 겨우 차를 세우면 허기짐이 몰려온다. 그럼 우선 분식으로 배를 채우고, 한 바퀴 돌기 시작한다. 오일장을 나갈 때 손에 들려 있는 건 겨우 양말 몇 켤레다. 특별히 살 게 없지만 가끔 오일장 샤워를 하면기분전환이 된다.
생각해 보니 오일장에 간지 꽤 되었다. 오늘이 27일이니 장이 열렸겠구나. 날짜가 맞는 날에 아이들과 오일장에 놀러 한 번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