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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미 Oct 01. 2024

운동회

아니고 스포츠 데이.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운동회는 1년 중 가장 큰 행사였다. 1-2학년때는 친할머니도 운동회에 오셨던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모래 운동장 한편에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들을 맛나게 먹었고,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보말보다 작은 손톱만 한 소라껍데기를 슙~하고 빨면 구수한 바다 맛이 입안으로 가득 차는 것이 있었다. 지금도 오일장이나 동문시장에 가면 있을 텐데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학교 도장이 찍힌 공책, 바람에 휘날리는 만국기, 화창하면서 더운 날씨, 달리기, 솜사탕, 아이스크림, 달고나.. 운동회의 기억은 이렇다.

 

요즘은 이름부터가 영어다.

그 이름은 ‘스포츠 데이’. 전 학년이 모여서 하면 운동장 밖 대도로변도 모자라다. 그래서 아이의 초등학교는 요일별로 학년을 나누었다. 1-5반은 운동장에서, 6-10반은 체육관에서 서로 다른 경기를 한 후, 장소를 체인지하는 형태이다.


 운동장에서 게임을 할 때 1시간은 부모가 참관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어릴 때와 가장 다른 것이 있다. 그건 응원 소리 대신 다들 동영상을 찍고 있다는 거였다. 유명 연예인이 오스카상을 받고 귀국할 때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리듯, 학부모들은 내 아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작은 네모를 피켓처럼 들고 있었다.



 요즘 같은 폰 시대에 희한한 광경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어색하고 약간은 거부감이 들었다. 남편이 아마 옆에 있었다면 한 마디 했을 것이다.

“눈에 담아야지. 찍다가 중요한 걸 못 보지.”

그럴 때면 나는 남편을 흘겨보았다. 사진이 남는 건데 왜?! 그런데 오늘은 사회자도 한마디 했다.

“어머님들! 응원 좀 해주세요. 사진만 찍지 마시고, 져도 이겼다고 좀 우기시고요~!”

내 또래로 보이는 사회자는 적절한 유머를 섞어 진행을 재밌게 했다.




“엄마~ 히~~”

아이는 날 보더니 계속 씨익 웃는다.

많은 인파 중에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든든함은 웃음 그 이상일 테지.

나도 씨익 웃었다.

덥지 않은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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