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떠나보내던 날은 눈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날이었다.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가족과 친척들을 태운 카운티 버스 안에서 바라보던 흩날리는 눈발이 바로 얼마 전처럼 눈에 그려진다.
태어나 썰매를 딱 한번 타봤다. 그때 그 상쾌하고 쓸쓸했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장례식이 끝나고 제주시로 남편과 돌아오던 길이었다. 마방목지에서 썰매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무언가에 홀린 듯 나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몇 천 원을 주고 썰매를 하나 대여했다. 동산 위로 썰매를 끌고 올라갔다. 썰매에 앉아 출발 준비를 할 때,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기가 훅하며 목구멍을 타고 심장까지 파고들었다. 그 순간 나는 사람이 아니라 차가운 산이 된 것만 같았다.
썰매 줄을 힘껏 잡아당기며 등을 뒤로 젖혔다. 새가 된 것 마냥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발이 날리며 아무렇게나 얼굴로 떨어졌다. 눈물을 흘리는 건지 웃음을 짓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소리를 지르며 동산 아래로 순식간에 내려왔다. 산이 된 나는 다시 썰매를 끌고 올라갔다. 그러고는 다시, 다시, 다시, 다시....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아래로 떨어졌다.
엄마를 보내고 썰매를 타는 딸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 후로 나는 썰매를 탄 적이 없다. 일부러 안 타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다.
둥이맘은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눈구경을 간다. 겨울이 가기 전 함께 눈을 밟자 하더니 내일 가까운 곳으로 썰매를 타러 가자고 연락이 왔다. 그날 마방목지 이후 썰매를 타 본일이 없으니, 유준이도 눈사람은 만들어봤어도 썰매를 끌어본 일이 없다.
내일 시원이 컨디션만 괜찮다면, 다이소에 들러 썰매를 살 생각이다. 11년 만에 다시 썰매에 오른다. 눈이 남아 있을까?
엄마의 가냘픈 음성과
비릿한 냄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