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아이가 1시에 하교를 한다. 학원은 2시 20분에 시작이라, 적어도 한 시간의 공백이 생긴다.
1시에 맞춰 떡꼬치 두 개를 배민으로 픽업 주문했다. 그리고 평일마다 들르는 카페에서 핫라테와 핫초코라테를 샀다. 추워진 날씨에 초코라테는 아이를 위한 특별 서비스였다. 그러곤 학교 정문 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대기했다.
보통 1시 5분이면 뛰어나오는 아인데, 오늘은 휴대폰이 울렸다. ‘사랑하는 유준이.’
- 엄마, 나 친구랑 놀이터 가서 놀아도 돼? 친구가 멀지 않은 곳 이래.
-학교 놀이터 아니고? 어디 가는데?
옆에서 친구가 ’ 거북이 놀이터‘라고 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는 공부방 옆 아파트 단지 놀이터로, 아이들을 데리고 몇 번 가본 곳이다.
- 유준아, 그럼 놀다가 공부방으로 와. 학원 시간 보면서 놀아야 돼.
아이는 신나게 전화를 끊었다.
옆 좌석에 식지 않은 떡꼬치와 일부러 덜 뜨겁게 주문한 초코라테가 뻘쭘하게 남았다. 시간이 금인 나는 길에서 허비한 20분이 괜히 아까웠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낮잠을 잤을 텐데.
갑자기 펑크 낸 아이 전화를 끊고는 구시렁거리다가, 결국 웃음이 났다. 많이 컸다.
공부방에 앉아 떡꼬치 포장을 뜯었다.
식어도 이건 먹겠거니 하며 하나만 먹고, 유준이 몫은 남겨두었다. 월요일은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일부러 비워둔 날이다. 사실 점심 먹을 틈도 없이 책상에 앉아 있는 날이 태반이었다.
혼자 먹으니 떡이 좀 질겼다.
무슨 재미에 그리 신나게 노는지, 두어 번 내게 전화가 왔는데 아이는 터치가 된 줄도 몰랐다.
학원 갈 시간을 20분쯤 남기고 아이는 공부방으로 왔다. 한 시간도 안 놀았는데 벌써 꾀죄죄했다. 발 냄새가 너무 지독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에게 간식 하나씩 사줬다며 내게 자랑을 했다. 남편이 교통카드에 만 원을 넣어두었는데, 오늘 쓴 금액이 8천 원이 넘었다.
놀이터 앞 코인노래방에 인형 뽑기가 있다.
거기에도 들러 인형을 뽑으려 교통카드를 넣었던 모양이다. 그게 체크카드였다면 오늘 몇 만 원을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형 뽑기는 하고 싶을 때 한두 번씩 시켜준다. 그래도 친구들과는 하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호기롭게 거금을 쓰고 와서는 학원도 쉬고 싶단다. 영어와 복싱을 매일 가는데, 나는 가끔 한 번쯤 빠지는 건 허용해 준다.
아이도 숨 쉴 구멍이 필요하니까.
수요일도 1시에 끝나니, 오늘처럼 놀고 싶단다. 오늘처럼 논 건 초등학교 입학 후 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늘의 놀이를 ‘탐험대’라고 표현하는 걸 보니, 아이는 이 일을 짜릿한 일탈이라 생각한듯하다. 그리고 어지간히 즐거웠나 보다.
아이는 이제 두 달 뒤면 열 살이 된다.
여전히 가르칠 일도 많고, 인내해야 할 일도 많다. 내 앞가림도 잘 못하면서 아이에게는 어른 행세를 하며 사는 게 나라는 부모다.
내일도 티 나지 않게,
열심히 어른 행세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