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라디오 부문 신인상 수상 소감을 들었다.
” 여러분~ 모두 행티기하세요!“
행티기가 뭘까 머릿속으로 추리를 해보았다. 행복이 들어가는 것은 감이 왔는데,
‘티기’는 어떤 줄임말일까 의문이 드는 순간 수상자가 부연 설명을 해준다.
"행복하게 버티기라는 말이에요. 모두 행티기 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하게 버티기. 참으로 마음에 드는 말이다. 버티는 것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그냥 ‘버티기‘는 벅참, 고됨, 고독함이 느껴진다. 행복하게 버티는 건 그럼에도 할 만하고, 내게 필요한 일이며 꽤 해봄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사는 건 모두 버티기다. 행티기는 존버(존나게 버틴다)와 같은 맥락이지만 분명 다르게 다가온다. 이왕 버틸 거라면 ’ 존버‘보다 ’행티기‘가 사랑스럽다.
나는 후회를 안 하는 편이고, 최악을 대비하며 최선을 기대하는 면이 있으나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가끔 나를 보면 끌려가듯 버티고, 웃고 나서도 뒤돌면 허탈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행티기는 긍정적이고 재밌다. 나에게 지금은 긍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시댁에는 남편의 방이 있다. 남편이 학창 시절 사용했던 책상과 책꽂이가 남아있는 방은 우리가 가끔 와서 묵는 방이다. 가져온 트렁크를 펼쳐놓고 아버님 방 장롱에서 바닥에 깔 패드를 꺼내왔다. 처음 결혼했을 때부터 봐온 이 패드는 처음부터 이렇게 사이즈가 작았나 싶다. 그때는 첫째와 남편, 나까지 나란히 누워도 딱 붙어 자면 잘 만 했었는데 이제는 나와 둘째만 누워도 좁게 느껴지는 건 무슨 연유일까.
설음식 준비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옥돔, 적 같은 큼직하고 중요도가 상급인 준비는 어머님이 이미 다 마무리를 하신 상태였다. 어머님은 애호박, 표고, 새송이, 두부, 동그랑땡을 프라이팬에서 부치기만 하면 되게끔 준비를 다 해놓으신다. 거기에 오늘은 고구마, 감자, 갑오징어 튀김이 추가되었다. 갑오징어 튀김은 쫄깃하고 고소한 식감이 입맛을 사로잡았는데, 오징어 튀김이 추가되니 뭔가 정말 명절같다.
새해는 이미 시작되었는데 마음의 준비만 계속 진행 중이다. 사실, 그냥 하던 데로만 해도 좋은데 자꾸 어떤 계획을 세우며 올해는 다른 해보다 찰지게 성취감을 느끼고 더욱 행복해지고 싶었다.
25년은 물론이고 26년 27년 28년....
계속해서 쭈욱, 생을 마감할 때까지
’행티기‘를 행하며 살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