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因)조차 연(緣)이 되는 천년의 시간
전편 죄와 벌이 ‘항상 남을 도우며 정의로운 삶을 살았던 망자’에 해당하는 귀인 김자홍을 다루었다면, 이번 편 인과 연은 ‘명부에 없는 억울한 죽음을 당해 천수를 누리지 못한 망자’에 해당하는 귀인 김수홍을 다루고 있다. 망자에 얽힌 사연과 그 귀결이 극의 구심점이었던 전편과 달리, 이번 편에서는 망자의 억울한 죽음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삼차사에 얽힌 천년의 내력과 인연이 밝혀진다.
원작의 세계관을 차용하여 영화라는 매체에 적합한 형태로 새로운 세계를 정립하고 그 세계를 이해시키는 데 집중했던 전편과 달리, 이번 편은 탄탄하게 축조한 세계를 바탕으로 그에 속한 인간군상을 들여다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압도적으로 웃기다. 쉴 새 없이 웃기고, 노골적으로 웃긴다.
이어서 보면 한 편이라 여겨질 정도로 연속성과 짜임새가 훌륭한 두 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상주신의 입을 빌어 관객에게 전달된다. 나쁜 인간은 없다. 나쁜 상황만이 있을 뿐.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마저도 시험에 들게 하는 극악한 배신에도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 법이니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너무 이르게 포기하지는 말라고.
그러나 천년을 살아남는 원한이 있을까. 소멸시효가 지난 원한에도 대가를 물어야 할까. 당신이 이미 과거의 당신이 아니고, 당신이 모든 걸 망각했던 순간에도, 당신의 원수는 차마 속죄를 멈추지 못했다면, 용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더는 부질없는 일인 것은 아닐까.
영화는 아니라고 말하는 동시에 그렇다고 말한다. 아직 유효기간이 남아있을 때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말하는 동시에, 당신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아직은 용서를 청할 기회가 남아있으니, 가감 없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한다.
너무 이르게 단념하지는 않은 이해와 당신의 속죄가 만날 날이 천년에 한 번쯤은 올지도 모르니. 당신은 어느 때고 마땅히 입을 열어 용서를 구해야 한다.
신과 함께: 인과 연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