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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길

모두가 자기 자신을 본다

by 서원경 변호사


From. 책만장자 서변

나이가 어릴수록 모두가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내가 어제 했던 실수를 옆 사람이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내가 오늘 좀 피곤하고 힘들어 보이지 않을지 눈치를 살핀다. SNS에 올린 사진이나 글에 좋아요와 댓글은 얼마나 달렸는지, 남이 내 부족한 모습을 포착해서 무시하지 않을지 괜한 걱정을 한다. 나도 20대 때는 거의 매일같이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주변 사람들이 내가 선택한 모든 것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했다. 반대로 내가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두면서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평소 언행은 어떤지 살피는 걸 즐기기도 했다.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기에 각 개인의 포커스는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걸 알고 난 이후 30대부터 남에 대한 관심이나 신경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남일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건 거의 없다. 나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거나 생명의 은인이 될 만큼의 은혜를 입지 않은 이상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것이다. 남들도 나에 대한 모든 걸 망각할 것이라는 생각에 남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을 일 하고, 남 신경 쓰지 않고 글 쓰고 말한다. 예의를 지키고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산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길 위를 걸으면서 그 길 앞에 놓인 돌멩이에 관심이 있을 뿐, 내 길 위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 자라고 있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을 수 있다. 나는 나의 길을 가고 너는 너의 길을 가도록 서로를 자유롭게 놓아줄 필요가 있다. 눈치 보면서 사는 일만큼 어리석고 무모한 일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이 들수록 더욱 자유로운 삶을 누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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