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하여
2020 나훈아 콘서트를 보면서
한가위 대기획으로 KBS에서 방영된 '2020 나훈아 콘서트-대한민국 어게인'에서 1947년생 나훈아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열정의 무대에 모두가 감동했다. 나는 사실 같은 시대를 공유한 사람도 아니고 트로트에도 문외한이라 본방사수를 하지 못하였는데, 검색어 상위권에 링크되었길래 괜히 공연 모습이 너무 궁금해졌다. 다행히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KBS에서 재방송을 긴급편성하여 어제 저녁에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노래 제목과 가사 모두 생소했지만, 그분이 가황, 희대의 명가수로 불리는 이유는 분명히 알 수 있을 만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 제스처, 표정, 무대매너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1947년생임에도 나올 수 있는 정열의 에너지가 너무나 멋졌다. 2019년에는 '나훈아 청춘어게인 콘서트'가 있었는데, 그 콘서트의 콘셉트가 ''靑春... 청춘... 만물이 푸른 봄철, 누구나 人生의 푸른 봄날을 가지고 있다. 그날을 회상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분의 청춘은 그리워할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나의 20대에는 청춘을 마음껏 만끽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었다는 신선함과 학생이 아닌 성인으로서의 기대감, 가장 꽃다운 나이를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목표의식, 인간관계를 잘하고 싶다는 열정, 세상 여기저기를 누벼 보겠다는 포부..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굉장히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보내기를 바랐다. 이 정도면 멋지고 화려한 20대를 보냈다고 자기 위안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좌충우돌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해에는 '이대로 내 청춘이 다 지나갔다'라고 생각했었다. 직업을 갖지 않으면, 결혼을 하지 않으면, 주류에 편승하지 않으면, 나이에 걸맞은 능력이 없다면, 보란 듯이 이루지 않으면, 뒤쳐지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더라도 딱히 획기적인 변화라는 게 없었다. 내가 갑자기 다이내믹하게 늙어버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하루가 지난 것뿐이었다.
만약 20대에 그런 시행착오와 고민이 없었다면, 30대에서 40대로 진입하게 되면서 '내 젊은 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겠구나'라며 아쉬움과 후회로 가득한 시간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삶에 가치 있는 일은 별로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헛되이 쓰고 마냥 허송세월만 보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듦에 대한 관점을 바꾸니 인생이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나이듦에 대하여 우울해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연륜과 내공이 쌓여 가고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며 살기로 했다. 나이를 잊고 살면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점에 집중하기로 했다. 때로는 나잇값 못하는 모습으로 보일지라도 내가 좋아하고 원하면 소신껏 그 일을 해보기로 했다. 참으로 상투적인 말이지만,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나훈아 선생님은 15년 만에 방송에 노개런티로 출연하면서 비대면 공연도 감동적으로 소화하셨다. 70대의 연세에도 소신 있게 살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배우고 싶었다. 인터뷰에서 "국민 여러분께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연을 했다"라며 "국민 여러분,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타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서 널리 베풀 수 있다면 좋겠다. 나의 70대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꽤 나이가 들어서도 더없이 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