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자'는 모토로 최선을 다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존경스럽다. 열심히 산다는 걸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며 산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인생 끝나는 순간까지 자기계발과 성장을 계속적으로 시도하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성취감을 맛보는 삶이 멋있긴 하다.
그런데 열심히 산다는 것의 함정이 있다.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봐야 하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계속 정진하며, 어느 순간 나다움을 잃어버리고 달리기만 하고 있는 자신과 마주할 때, 그 결과들에 대한 뿌듯함이나 성취감 보다는 무기력이나 허무함을 느끼며 슬럼프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이다. 꾸역꾸역 억지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 속에서 소모품처럼 살고 있는지 등 현 상황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살다가 세월이 흘러 어느 순간 늙음이나 죽음 앞에 다다르자,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나다운 삶을 살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와 미련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탓이 아닌 불평등한 잣대나 비합리적인 구조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게 되면, 잘못 살았나 하는 실망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물론 형식적으로 열심히만 살고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잘 몰라서 뜻하는 결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에 비유되는데, 어쩌다가 인생의 출발선에 서버려서 요이땅 소리와 함께 레이스를 시작했다. 멋모르고 초반에 너무 빨리 달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 중도에 속도를 재조절 하기 참 어렵다.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가상의 목표들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좋은 회사 입사하기, 좋은 배우자 만나기, 좋은 자녀 양육하기, 자녀의 영어유치원 입성, 유학 보내기 등등-을 성취하기 위해 이미 가속도가 붙어 있어서 브레이크를 걸기가 쉽지 않다. 등 떠밀려서 계속 달린다.
많은 현대인들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서 힘들어 하고 있다. 미래는 불안하고 무한경쟁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고, 오랜시간의 교육을 통해 이미 무의식 속에 박힌 의식들을 하루 아침에 수정하기는 어렵긴 하겠다. 그 '열심히' 라는 게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할 만큼 고통스럽다거나 지금 이 순간의 삶이 괴롭고 좋지 않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게 한다면, 굳이 열심히 살 필요가 있나 싶다. 특히 남보다 앞서기 위한 목표라면 더욱 그렇다.
낯선 외국에서 남들 시선 의식하지 않고 한적한 바닷가에서 여유로운 관광객들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너무 치열하게 열심히 살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던 <윤식당>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렇게도 열심히 사는 것에 지쳐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신이 무엇이든지 무조건 '열심히', '빨리빨리'라는 함정에 빠져 있다면, 시간을 갖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나중에 덜 후회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누구에게나 고민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생 별거 없다는데 그냥 마음만이라도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져도 된다. 그리고나서 제대로 열심히 사는 거다. 내용은 읽어 보지 않았는데 우연히 지나치다 본 책제목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에 공감이 되었다. 왠지 제목 잘 지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