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상대방을 다 알고 자신에 대해서도 온전히 알고 있으면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해서 당연히 승리할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인생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했듯이, 인생을 다 바쳐도 나라는 존재조차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적극적이다가도 소심하고, 정이 많다가도 냉정하고, 현명한 것 같은데 때로는 바보 같고.. 무슨 다중인격자처럼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매우 단순한 질문을 던져도 선뜻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고..
그렇다면 나 보다 남은 분석하기 쉬울 것인지. '저 사람은 OO이다'라고 신속하고 쉽게 판단했다면 오판일 가능성이 99%는 되는 듯. 그 사람 스스로도 자신을 모를 텐데 대체 무슨 근거로 'OO이다'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0년 이상 된 친구들끼리 '어떻게 그런 성격과 성향대로 똑같이 사는지' 놀라워 하긴 하는데, 각자 기본적인 성향이라는 건 갖고 있긴 하지만, 오래된 친구라고 해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실 속마음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지, 혼자 있을 때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등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다.
사람이 불안하고 긴장이 될수록 남이라는 존재를 분석해서 자기 나름의 프레임에 가두어야 속이 편해진다고 한다. '모르겠다'는 느낌에서 해방이 되어야 안정감이라는 게 생긴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만 나와 남이라는 존재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에 그 안정감이라는 건 허구에 불과하고 일시적이다.
국내외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만큼 무한경쟁도 심화되어서 그런지, '남'이라는 존재를 알아야 백전백승한다는 의식이 강한 듯하다. 굳이 '지피'에 그런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 '너 자신을 알기만 해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려는 순간이 곧 승리의 시작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간관계로 피곤해하는 주위 사람들의 고민을 듣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