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이니 혼술이니 나홀로 가구이니 '혼자'이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인간은 원래 외로움을 못 견디고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려는 게 본능일텐데, 그런 본능을 거슬러 오히려 혼자 있게 되었다. 이해는 가면서도 서글픈 현실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인간에 대한 회의감으로 지친 이들이 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배려심이 사라지면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이 많아졌다.
한 명에게만 얘기했던 비밀 얘기가 하루 만에 동네방네 소문이 나 있다거나, 가장 친한 친구라 믿었던 이가 뒤에서 험담을 늘어놓는다거나, 따르던 상사가 부하직원의 실적을 가로챈다거나, 배우자가 몰래 바람을 피운다거나, 자식이 부모의 돈을 빼돌린다거나, 아부를 떨다가도 권력이나 명예를 잃는 순간 모른 척한다거나, 자신이 불리해지는 상황에 놓이면 말을 바꾼다거나.. 내가 겪었던지 친구가 겪었던지 친구의 친구가 겪었던지 한 번쯤 들어본 스토리이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었고 옆 사람을 밀어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든다. AI, IOT와 같은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해야만 했던 업무영역을 침범당하고, 적체된 인력들과 어려워진 기업들로 실업률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준생들 간의 팽팽한 경계심, 취준생과 취업자 간의 위화감, 직장 동료들 간의 기싸움,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갈등.. 냉혹한 생존경쟁이 가져온 인간관계의 피로 양상이다.
사람을 만나서 솔직한 감정과는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잘 보이려고 외양을 치장하고 약속 장소에 나가서 애써 표정을 관리해야만 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에너지를 쓰느니 나 자신에게 투자하자는 경향도 강해졌다.
그리고 필요/불필요로 한 인간과의 교류 여부를 따지기 시작하면서 필요 없는 인간으로 치부되는 순간 타의에 의해 혼자 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같이 있고 싶어도 같이 있어 주지 않는.. 독거노인의 고독사가 급증하는 슬픈 현실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이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있을래'라는 결정을 내린다. 그러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흐르고 외로움과 허전함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그러면 다시 약속도 잡고 인간관계의 폭도 넓히고 그러다가 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배신감과 실망감이 들면, '역시 이건 아니었어 계속 혼자 있을래'라고 생각한다.
그런 데다가 혼자 있어도 심심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더라도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여행, 취미, 맛집 탐방, 공연 등등 혼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문화생활도 넘쳐난다.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좋고 즐거운데, 굳이 왜 피곤하고 불편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대부분 '대면'하는 인간관계에 불편을 느껴 SNS나 전화로 소통하는 게 익숙해서 진정한 소통이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대화도 많고 감정을 알 수 없는 표현도 많다. 예를 들어, 문자메시지로는 'ㅋㅋㅋ'을 남발하면서도 그 순간 그 사람의 표정이나 감정은 오히려 어두운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정치적인 동물로 태어났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다. 한 개인이 별개의 개체로 존재하고 있어도 유일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하에 존재하고 있고 결국 개인은 사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혼자만의 편한 시간과 더불어 사는 좋은 시간을 조화롭게 운영하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다시 오길 바란다. 그래서 난 오늘도 사람들을 만났고 다시 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