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나는 애증의 관계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중간, 기말 고사를 기본으로 해서 사이사이 모의고사와 쪽지시험까지 아마도 천번의 시험은 봤을 듯 하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시험점수와 연결되는 공부라는 것에 신물난 적이 많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책상에 앉아서 오래 버티는 행위를 왜 억지로 해야 했나 싶다. 참고 견디기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날이 보장되는 건 아니었는데..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활동적이고 생동감있게 살고 싶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학교와 공부라는 것에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일방적인 이별통보. 그 때는 속이 다 후련했다.
그런데 업무만 하다보니 서서히 방전되는 느낌이 들면서 무언가 채워넣을 수 있는 진정한 공부라는 걸 해보고 싶어졌다. 업무도 곧 공부가 기본이 되어야 해서, 배우려는 자세와 의지 없이는 업무를 잘 하기도 쉽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자발적인 동기로 일반박사 과정에 지원해서 세법 전공을 하게 되었다. 학부 때부터 세법은 기피대상 1순위였지만, 법학 과목 중에서는 그나마 세법이 나의 관심사 및 적성과 일치했다. 어쩌다 세법 관련 실무를 하다보니 뒤늦게 적성을 찾은 것이다. 세법에 흥미를 갖게 해주신 이창희 교수님과 윤지현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과정 수료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42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학교를 간다는 건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2017년 3월 첫 수업을 시작으로 2018년 12월 11일 마지막 수업까지 2년만에 드디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논문번역, 논문작성, 발표까지 다양한 연구활동을 통해 학창시절 동안 느끼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진정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흥미가 느껴진 이유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호기심으로 공부해도 되는 자유로운 시간이기 때문이고, 누군가 나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행위의 고마움을 알았기 때문이고, 캠퍼스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 속에서 옛 추억을 소환하는 게 행복했기 때문이고, 업무를 좀 해봤다고 피상적인 학습이 아닌 다각도로 느낄 수 있는 공부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부와 나는 애증의 관계이다. 박사과정만으로 갑자기 애정하기만 하기에는 과거 공부와의 지긋지긋했던 기억을 깨끗하게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노애락을 함께한 공부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고, 공부하는 시간으로 내 인생의 대부분을 채울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는 건 맞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미우나 고우나 '공부'이다. 평생 학습자가 될 운명이다. 과연 시작할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지만, 서서히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또 공부를 해야 하겠다.
이번 박사과정을 마지막으로 교수가 되거나 해외 유학을 가지 않는 이상 캠퍼스를 누빌 기회가 없다는 게 참 아쉽게 느껴졌다. 영영 그리울 캠퍼스 사진도 많이 남기면서, 거의 23년에 달하는 학창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어른들이 그렇게도 학교다닐 때가 제일 좋다고 말할 때는 몰랐다. 공부를 하도록 현혹하려는 전략같이 느껴졌었는데, 지금에서야 겨우 알겠다. 학교 밖에 나와 보니 학교 안이 그립다. 그 때 그 시절이 참 좋긴 했구나..박사과정을 마치며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 캠퍼스에서의 봄여름가을겨울 풍경들 :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 곳에서의 행복하고 즐거웠던 그 소중한 기억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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