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의존한다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나의 무쓸모를 증명하는 것과 같았다. 당신이 없으면 나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내가 나의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천년 같은 시간이 되는게 무서웠다.
나는 꽤 오랜 시간 텅빈 사람처럼 살았다. 제대로 세상을 사람을 원망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나 자신을 원망하는 것도 못했다. 그래서 나를 비웠다.
나는 당신에게 그 시간동안 처절하게 의존했다. 나의 감정은 지독한 냄새를 풍겼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나를 감싸안아주었다. 향기가 난다고 말했다. 그럴 수록 나는 당신 앞에서 더 비참해졌다.
의존하지 않으면 나는 나로 살수 없었다. 아니, 내가 나인지도 모르는 시간을 보냈으니 나로 살지 않았다. 단지 당신의 눈에 비친 나라는 형체만 인식할 뿐이었다.
당신은 정말 그 시간이 괜찮았을까? 행복했을까? 아니면 그냥 버텨낸걸까.
미안할만큼 나는 당신에게 의존하면서 감사하지 않았다. 그렇게 못난 사람으로 시간을 버텼다.
죄책감이 들었고 그래서 도망치려 했으나 나는 당신에게 너무 많이 기울어있었다. 당신은 그런 나를 더 끌어 안아주었으니 나는 더 부스러졌다. 떨어질 만큼 충분히 떨어진 뒤에야 감정이 서서히 회복이 되기 시작했고 그때도 역시 당신은 곁에 있었다.
나는 처절하게 당신에게 의존했다.
그런데 그건 구원이었다. 내 삶의 구원은 의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