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잘 꾸지 않는다. 이따금씩 꾸고 나면 그래서 신기하다. 가끔씩 악몽을 꾸면 나이가 들고 나니 이건 꿈이라는 것을 꿈에서 알아채곤 했다. 나이를 먹은건가? 싶었다.
그런데 꿈이 아닌 현실이 악몽과 같아지면 이건 오히려 알아채지 않으려 한다. 사랑에 실패하고 오랜 기간 나는 악몽을 꿨다. 어딘가 고장이 났다. 꿈이라면 깨버리면 될텐데, 현실은 깰 수 가 없다. 그래서 갑자기 잠을 많이 잤다. 계속 잠을 잤다. 잠에서 깨면 다시 현실이 되는 것이 무서웠다. 그러니 점점 잠에 드는 시간이 늦어졌다. 의미없는 행동들을 하며 시간을 태웠다.
이런 악몽 속에 당신은 등장했다. 구원자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내가 악몽을 꾸는 동안 당신은 그저 옆에서 손을 꼭 잡아줬다.
괜찮아요. 제가 곁에 있어요.
지독한 악몽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칠흙같은 생각들, 부정적인 생각들, 나약함을 증폭시키는 많은 것들이 가득했다. 그 속에 당신은 있었다. 당신은 내가 곧 괜찮아질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루 하루 그저 버텨내며 살아갔다. 의미부여는 하지 않았다. 그저 버텨내기 위한 시간이었다. 새로운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보냈다. 그 속에 당신이 있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긴 악몽에거 깨어났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던건 아닌 것 같다. 그저 시간이 지났다.
마주 잡고 있던 당신의 손에 땀이 흥건했지만,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는 당신의 거짓말을 나는 그냥 믿기로 했다.
이제는 사랑을 멋진 말들로 꾸미지 않는다. 악몽 이런 단어들로 표현한다. 악몽을 꾸며 밤새 잠을 설칠 때 옆에서 그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 이것 만으로 현실이 악몽이 되어도 사람은 깨어난다는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