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못된 말

by 리을

사랑은 예쁜 말들로 가득 차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그런 말들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는 것을 배워간다. 못된 말. 못된 말들로 얼룩진 부분들도 사랑의 일부분이다.


예쁜 말들로만 채워넣으려는 것은 노력이다.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그런 말들로 채워진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서로 같이 해야한다. 그런데 이건 참 쉽지 않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시간이 길었다. 왜 나만 노력해야하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게 생떼를 부렸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지만 혼자 잔뜩 꼬여버려서 노력을 하지 않아보기로 했다.


당신은 그런 시절의 나를 만났다. 운이 참 없는 사람이다.

나는 못된 말들을 했다. 확신이라던가, 책임이라던가, 낭만이라던가, 약속이라던가 내가 좋아해서 가득 채워두었던 단어들은 입밖으로 꺼내질 않았다. 그냥 무서웠다. 어린애 마냥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당신은 내가 보고싶나요?

잘 모르겠다. 보고싶은가? 이런 소리들.


당신은 내가 좋은가요?

그런 것 같다. 이런 소리들.


못된 말들을 쉽게 내뱉었다. 어쩌면 당신이 나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때의 나는 내가 가장 중요했다. 그랬어야만 했다. 더이상 나보다 타인이 중요해지면 스스로 지탱할 수 없던 것 같다.


어쩔수없다. 지금의 나는 이런 모습이다. 떠날거면 떠나라. 못된 생각들에 기인한 못된 말들


당신은 그래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미안했다.

나의 못된 말들도 받아주는 당신을 보면서 나는 초라해졌다.


인간이란 참 웃긴게 이런 나의 못된 말들을 받아주는 당신을 보니 솔직할 용기가 생겼다.

나는 다시 사랑을 하는게 무섭다고, 예쁜 말들로만 가득한 사랑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끝나버린 뒤에 나는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못된 말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으나 이게 사실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사랑을 예쁘게 꾸미고 싶지만 혼자서는 그런 노력을 시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말하는 동안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약간의 침묵이 지난 뒤에 서서히 당신을 올려다 보았을 때 당신은 담담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요. 그런데 나는 괜찮아요. 이런 당신도 좋아하니까요."

"그래도 못된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참 고맙네요"


그날 이후로 나는 억지스러운 나의 모습들을 하나씩 다시 버리기 시작했다. 억지로 못된 말을 하면서 내가 상처입은 곳을 가리기 위한 시간들과 멀어졌다.


당신과 나,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쌓이는 모든 말들은 있는 그대로 사랑의 기록들이 된다. 그게 좋든 나쁘든


못된 말을 하고 나서야 다시 예쁜 말들로 사랑을 채워넣고 싶어진 이유가 뭘까. 아마 이런 내 모습도 받아주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다시 회복이 된 것 같다.


사랑은 예쁜 말들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이따금씩 못된 말들이 채워져도 우리는 괜찮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될 때 더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당신으로 인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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