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거울

by 리을

거울을 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쳐가는 사람은 거울을 보지 않는다. 오랫동안 나는 나의 얼굴을 본적이 없던 것 같다.

일어나서 대충 씻고 일을 하러 나갔다. 돌아오면 그냥 잠에 들었다.

사진을 찍기 싫어졌고 사진 속에 나의 모습은 다른 사람 같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당신의 예쁜 눈동자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나에게 다가서서 가만히 나를 올려다 보는 당신이 나는 참 힘들었다.


내가 싫어요?


서운해하는 당신에게 나는 차마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저 미안하다고 말할 뿐

그런데 그때 나는 내 모습이 보기 싫었던 것 같다. 눈을 마주치면 내가 보인다. 그리고 당신이 보인다.

이 이질적인 두 모습의 공존, 나는 이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눈이 참 이쁜 것 같아요. 반짝 반짝거리네요.


당신은 이런 말을 간간히 했다. 나는 죽어가고 있는데 왜 이런 소리를 할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당신의 눈을 보는 것이 힘들었고 그렇게 못난 사람이 되어도 괜찮았다.

참 무책임한 모습이었지만 마음을 다시 잡을 힘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두었다. 미안해하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당신에게서도 빛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 때문인가 싶었다.

두려워졌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 사람은 나쁜 것들로 물들이면 안된다.


그 무렵 다시 거울을 보기 시작했다. 머리는 길었고, 얼굴은 상했고, 눈에 초점은 없었다. 살은 쪘고, 옷은 아무거나 걸쳐있는 사람이 서있었다. 웃는 모습이 사라진 지친 사람의 모습.


당신은 이런 나를 사랑했던 건가?


머리를 자르고, 옷을 다시 꺼내고, 나를 가꿔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당신의 눈을 보고 그 속에 비친 나를 보기로 했다. 당신은 그동안 나의 거울이었던 것 같다.

밝은 당신이, 내가 반짝인다는 당신의 말을 거울 삼아서 나는 버텨냈던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당신은 내가 거울이었을텐데, 그동안 당신의 거울은 어떠했을까.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다. 나는 그 중에서 당신의 눈을 보려한다. 그 속에 내가 당신이 말하는 나처럼 반짝일 수 있도록 살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나의 눈에 비친 당신이 다시 빛날 수 있도록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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