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매트 때문이야
오늘은 시에스타가 늦었다. 뭐, 원래 내 시에스타는 오후 5시부터라 그냥 저녁잠이지만, 오늘은 9시가 다 되서야 누웠으니......
잠 깬지 이십 분 째, 나는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다. 몇 주 전에 바꾼 매트의 편안함 때문인지 도무지 일어날 생각이 없는 나. 그래도 배가 고프니 일어나긴 하겠지?
24시간 노래를 틀어 놓기 때문에 지금 내 귀에는 클래식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작년에 산 블루투스 스피커 덕분에 나름 괜찮은 소리가 나를 즐겁게 한다 . 이 글을 시작할 무렵에는 쇼팽의 <야상곡 8번 op.27-2>였는데 지금은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이 재생되고 나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 몸을 이리저리 구르며 이 글을 쓰는 중이다.
배고프다. 저녁은 뭘 먹을까. 1년 넘게 길러서 단발이 된 머리가 은근 덥네, 자를까? 아 몰라 일단 일어나기나 하자.
무드등으로 은은한 조명이 퍼져있는 방. 그 조명들 사이에 자신의 음표를 채워 넣는 베토벤의 월광,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의 1악장을 들으며 문득 이따 산책 나갔을 때 달빛이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달빛하니까 드뷔시의 <달빛>이 떠오르고 그래서 그거도 들어야 해, 라며 조금이라도 더 누워있으려는 마음에 굴복하려는 순간, 위장이 밥 달라며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 초간단 스트레칭만 하고 일어나서 밥 먹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