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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ubris

2020.5.4 일지

마무리를 못했지만 만족스러운

by Argo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써내려간 소설을 끝내지 못했다. 에너지가 떨어진 듯해 맥주 한 캔을 빨대로 흡입했건만 허리의 통증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앞으로의 방향만 대략적으로 짧게 적어놓고 문서창을 닫아야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문득 생각난 단어에서 쓰기 시작했다. 나침반 하나 없이, 지도도 없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써내려간 글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은데 술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착착 문장이 써졌다. 뭐, 나중에 보면 이게 글이야 똥이야 하면서 문장들을 서둘러 지워낼지도 모르지만.


며칠 전에는 어떻게든 마무리하려고 애를 써도 막혀서 중단한 소설이 있었다. 그때랑 지금이랑 똑같이 중단했다는 점은 같지만 감정은 사뭇 다르다. 다음에 지금 쓰는 소설을 완성한 다음에도 이 감정이었으면, 그리고 앞으로 쓰는 소설 중에 이 감정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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