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걸 어떡해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글을 쓴다. 약간의 두통이 시에스타(라쓰고 저녁잠이라고 읽는다) 전부터 있더니 잠이 깬 뒤에도 지속되었다. 요 며칠 집 인근에서 상수도 공사를 하느라 아침부터 시끄러웠기에 제대로 잠을 못자서 그런 걸까. 아주 예민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리 달갑지는 않다. 결국 나는 여느 때처럼 타이레놀을 먹고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덧 창 밖에는 비가 내린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빗소리.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이 소리가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
나는 침대에서 내일의 일정을 걱정한다. 형이 집에 오기로 한 날, 역 근처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같이 집에 오기로 했다. 몸이 안 좋으면 못 나갈수도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한 맛집도 가고 싶고 무엇보다 형이 마음에 걸린다.
나와 형은 성격이 정말 다르다. 엄마가 “같은 배 속에서 나왔는데 어쩜 이렇게 다르냐”고 한탄 아닌 한탄을 했을 정도다. 극 외향적인 형과 극 내향적인 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어쩌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오는 형은 매번 어디론가 가고 싶어한다. 놀이동산이라든지 동물원이라든지 야외 활동을 즐기고 싶은 거다. 하지만 사람 북적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 내향인들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 에너지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는 외향인과 내향인의 다른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에 따른 결과다 - 매번 형의 제안을 거절하다시피 했다. 10번에 한 번 정도 갈까 말까한 나의 대응에 이제는 형도 지친 건지 예전처럼 내게 외출에 대해 제안하지도, 설득하지도 않는다. 함께하고 싶은 형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거절하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하기에 조심스럽게 거절한다. 물론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다.
형은 이런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도 내 이런 성향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같은 외향형인 엄마도 이해하는데 오래 걸렸으니까. 엄마보다 더 외향적인 형에게는 나를 이해하기 더 힘들 것 같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타인이기 때문에 완벽한 이해란 불가능하다. 사랑이 완벽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이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은 당연하다. 어느 누구도 자신과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여기에서 갈등의 씨가 뿌려진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엄마와 형의 “이해하지 못함”을 이해하게 됐다. 우리는 가족이지만 너무나 다른 성향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틀린 건 아니기에 최대한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겠지. 그래서 나는 내일의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컨디션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11시 반, 내게는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만나기로 했기에 오늘은 조금 일찍 잘 예정이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이해 받을 수 없지만 그런 이해하지 못함까지 이해한다는 것. 어쩌면 가족이기 때문에 이런 노력이 가능한 게 아닐까. 물론 이것은 서로가 사랑할 때야 가능하고 자발적 의지에 의해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