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창작과 비평의 지난 주 과제가 특집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문학은 지금 무엇과 싸우는가” 라는 제목에 나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문학과 투쟁의 조합이 그 원인인지, 아니면 투쟁의 대상이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이 불편감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김 모 작가의 ‘사건’을 알게 됐다. 소설 창작에 도움을 받기 위해 지인에게 자문을 구했고 대화가 오간 카톡 내용을 그대로 소설에 썼다는 것. 지인이라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소설에 쓰였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출판사’들’의 대응도 문제였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에 버젓이 등장한 그 소설 뿐만 아니라 이 작가의 다른 소설에도 문제가 있다는 걸 오늘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이 소설은 아웃팅 피해까지 담겨 있다고 한다. 김 모 작가의 문제에는 창비와 문학동네라는, 한국 출판계에서 메이저에 해당하는 출판사들이 얽혀있다. 해당 출판사의 인스타에는 이 문제를 질타하는 댓글들이 수백개가 달려 있고 간접 가해자가 된 듯한 찝찝함과 엉망진창인 후속조치를 토로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댓글 중에는 “창비”라는 이름이 혹시 “창피함을 비호합니다”라는 뜻이냐며 항의하는 내용도 있었다. 창피함. 창피함을 모르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인지 - 모름지기 문학은 현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므로 - 는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창작과 비평이라는 이름이 출판사의 행동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출판사, 더구나 문학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두 출판사에서 내놓은 입장문들을 읽어보면 도저히 이들이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황당하다. 제대로 된 사과도 납득이 될 만한 조치도 없다. 어떤 댓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할 만큼 했어. 그래서 어쩌라고”식의 사과랄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응에 진절머리가 난다.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던 십대 때도 한국의 문학계, 더 나아가 예술계의 폐쇄성과 각종 문제점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제 식구 감싸기, 문하생 밀어주기 등등. 이번 사건은 이런 고질적인 병폐가 종합적으로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톡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것을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행위가 ‘비창작적’ 행위임은 분명하다. 창비의 경우에는 신 모 작가의 일도 있어서,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어서 더욱 실망스럽다. “우리 문학은 지금 무엇과 싸우는가”라는 제목은 잘못 되었다. “우리 독자는 지금 무엇과 싸우는가”가 맞다. 독자들은 작가라는 이름으로 행한 폭력에 반대하고 함께 책임을 져야할 출판사들의 무책임함과 싸우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을 보며 깨달은 게 있다. 작가는 되도록이면 자기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것. 자기 이야기만큼 진실되고 진솔한 글은 없으니까. 앞으로 책을 고를 때 출판사도 따지게 될 것 같다. 해당 출판사의 문학상 수상자들의 소설도 일말의 의구심을 가진 채 바라보게 될 것 같고. 카이사르가 “부르투스 너마저!”라고 외쳤을 때 - 물론 이 말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 의 심정이 이런 걸까. 좋았던 이미지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실망이라는 조각들만 바닥에 떨어져 있다. +클럽 창작과비평 활동을 더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실망감이 너무 커서 창작과 비평이라는 이름만 봐도 속이 쓰리다. + 두 출판사에서 입장문에 쓴 “문제를 제기한 분”이라는 표현에 두 눈을 의심했다. 이 표현 안본 눈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