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신기한 뇌의 세계
요즘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제목부터 특이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취향저격을 제대로 당했다는 뜻.
인간의 뇌는 신기하다는 말을 넘어 경이로운 무언가다. 시냅스 전정, 신경가소성 등 여러 작용을 통해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뇌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전부다. 뇌 없이는 인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어쨌거나 오늘 읽은 내용 중에 흥미로웠던 점은 공감세포라고 알려져 있는 거울세포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것처럼 인지하는 이유는 거울세포가 있기 때문이라는 건 꽤 알려진 사실이다. 하품 전염 또한 이 세포 덕분에(?) 가능한 것이고. 하지만 할리우드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 포르노 산업의 성공 - 실제로 세계 10대 부자 중에는 포르노 산업의 대부가 포함되어 있다 - 뒤에 거울세포가 있다는 건 정말 뜨악한 사실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라고 해야 할까. 포르노에 나오는 행위로 유발된 쾌락 또한 하나의 감정이다.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포르노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잔인한 사건을 직접 당하지 않았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PTSD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실험에서 손을 바늘로 찌르는 장면을 보여줬을 때 피험자들의 고통을 느끼는 뇌 영역이 활성화 되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볼 때 활성화 되는 뇌 영역과 자신이 고통을 당할 때 활성화 되는 뇌 영역이 일치하기 때문에 그렇다. 같은 이유로 포르노를 보았을 때 신체와 뇌의 반응에 대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실제와 똑같이 반응했다. 즉 우리가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하고 다른 사람의 하품을 따라하며 포르노를 보고 쾌감을 느끼는 이유가 거울뉴런 때문인 것이다.
만약 인간에게 거울세포가 없었다면 포르노 산업은 없었을 것이다. 동시에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에게 자신을 투영시킨다. 등장인물의 경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생각하고 느끼려면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거울세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뇌의 세계. 다음 읽을 책이 <이기적 감정>이고 그 다음은 <마음의 오류들>인데 모두 뇌와 관련된 책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제법 두께가 있는데 다른 책들도 만만치 않다. 뼛속까지 문과라 가끔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재밌는 걸 어떡해. 머리 감싸쥐고 읽을 수밖에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