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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Mar 06. 2021

드라마로 보는 결혼과 이혼의 세계

제목을 좀 거창하게 썼다. 미리 밝혀두지만 생각보다 짧고 가벼울 예정. 상황이 되면 나중에 덧붙이긴 할지도?


우선 왜 날림으로 쓸 수밖에 없는지 간단히 변명을 해야겠다. 

지난주였던가? 어떤 작법서를 읽다가 문득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일이 폰에서 인스타와 브런치 앱 삭제. 이 두 앱의 공통점은 글쓰기에 집중하게 된 이후로 제대로 - 책 리뷰 같은 - 쓰지 않으면서 괜히 가끔씩 생각나서 들여다본다는 거다. 예전에도 SNS를 한 달 끊어보면서 깨달은 거지만 이게 없으면 시간에 여유가 생기고 신경 쓸 곳이 줄어들어 일이든 생활이든 생산성이 향상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효과를 봐서 폰 사용 시간이 25%이상 줄었다. 

+내가 시도한 한 달간 SNS 끊기는 <딥 워크>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아 실천해 본 것.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 볼 필요가 있는 듯? 책도 추천!


그래서 얼마나 글쓰는데 집중했느냐면, 생각보다 많이 했다. 거의 글쓰기 위주로 하루가 돌아갔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집중했다.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상당히 긴 편이라 세계관 정비와 플롯 구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래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재밌다. 그럼 된거다.


글쓰기에 집중하다가 오랜만에 브런치에 쓰는 글의 주제가 결혼과 이혼이라니 다소 뜬금없다. 하지만 뭐 글이라는게 원래 뜬금없이 터지는 재미가 쏠쏠하니까 상관 없다. 그래도 첨언하자면, 요즘 나와 동거하시는 분, 엄마의 관심사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엄마와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서로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고 있다. 생활 패턴이라든가 각자의 취미 등 여러 모로 그렇다. 집에 오래 있으면서 엄마에게 한 가지 취미가 생겼는데, 그건 드라마 보기다. 때문에 나도 지나가면서 슬쩍 보기도 하고 엄마가 이야기해주는 줄거리를 들으며 이야기하곤 한다. 


엄마가 작년부터 봤던 드라마를 열거하자면,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슬기로운 의사 생활>, <부부의 세계>,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결혼작사 이혼작곡>이다. 중간에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지만 일단 기억나는 건 이 정도. 재탕에 삼탕까지해서 안봤는데도 본 것 같은 작품도 있다.


공교롭게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빼고는 죄다 결혼과 이혼 문제가 걸려있는 작품들이다. <그레이 아나토미>도 병원에서의 일 같지만, 사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연애, 그것도 찐한 29금짜리가 대부분이다(라고 엄마는 평가했다). <부부의 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마찬가지. 


작품들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으면서 이러쿵저러쿵 하기는 그렇지만 원론적인 생각만 쓸 거니까 괜찮을 듯 싶다. 최근 엄마가 빠져있는 <결혼작사 이혼작곡>에 보면 죄다 불륜 중인 남정네들이 나온다. 전에 썼지만 나는 결혼을 한 뒤에도 새로운 사랑이 생길 수 있고 또 그래도 상관없다는 주의다. 사랑이 변할 수 있다를 넘어 사랑은 변한다 - 그것이 부정이든 긍정이든 - 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 정말정말정말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계가 '공식적'인 것일 경우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즉 여기서 불륜은 예외다. 그러니 새출발, 새로운 사랑을 하려면 기존의 관계를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는 건 계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큰 흠이다.


나는 영원한 사랑 따위는 동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단명했던 예전이야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세 시대인 지금에서 그게 가능할까? 우리가 백년해로를 외치고 그런 사례들을 미담으로 여기는 건 실제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나 다름없다. 스피노자가 말했던가? 모든 위대한 것은 발견하는 것 만큼이나 실현시키는 것도 어렵다고. 사랑의 정의나 속성을 따져야 더 정확한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시간 관계상 여기서 넘어가겠다.


어쨌거나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에서 불륜남녀의 행태는 내 기준에서 죄다 탈락이다. "난 임자가 있는데~ 그래도 니가 좋은데~ 그럼 일단 정리하고 올게!"가 맞는거지 "난 임자가 있는데~ 그래도 니가 좋은데~ 일단 만나고 보자!"는 아닌 거다. 결혼을 하나의 계약으로 보는 내게 이런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루고 싶은 건, 불륜 사실을 대하는 당사자들의 입장 혹은 태도다. 문화적 특징인지는 모르겠다.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가정을 지켜야 겠다는 반응과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며 붙잡는다. 뭐... 이게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배신감도 들고 체면도 생각나고 그러겠지. 하지만 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은, 굳이 그래야 하나? 다. 불륜을 저질렀다는 건 이미 버스가 떠났다는 거다. 물론 그 버스가 종점에서 회차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떠난다. 불륜도 한 번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습관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미 한번 뒷통수를 맞았으니 언젠가 또 때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다보면 다시 돌아온 사람도, 받아준 사람도 괴로워진다. 의심암귀에 사로잡히는 거다. 이 부분은 <부부의 세계>에 등장하는 한 부부가 잘 보여준다. 남자가 다시 돌아왔지만 여자는 지속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진다.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성향이 달라서 상당수의 문제들은 명확한 판가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랑의 문제가 더 그렇다. 내가 드라마에서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는 케이스를 이해하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상대방의 입장과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편이다. 때문에 상대가 관계의 뜻을 고한다면 감정과 상관없이 - 안 아픈건 아니다 - 그걸 받아들인다. 그리고 끝난 관계는 정말로 끝난 관계가 된다. 떠난 사람을 잡지는 않지만 다시 받아주지도 않는다. 실제로 괜찮은 관계였지만 상호 합의 하에 끝낸 관계도 있고 내가 결별을 선언한 경우도 있다. 


어느 것이 좋은 걸까. 내 경우는 보기에 따라 냉정할 수도 있다. "그래도 다시 한번!"을 외치는 게 인간미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냉정할 수도 있는 이 선택은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감정 소모를 줄이고 스스로의 삶을 사는데 주력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어떤 선택이든 상처가 남는다면, 최대한 적은 쪽으로 그리고 내가 더 행복한 편으로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결혼과 이혼 문제에서 체면이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건 더할 나위 없이 미련한 짓이다. 아무도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쓸 날을 기약하며, 이제 다시 소설 구상하러 가야겠다. 세상의 모든 불륜남녀들, 언젠가는 걸리니까 그냥 솔직하게 고백하고 재결합이든 새출발이든 합시다. 비겁하게 양다리 걸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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