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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ubris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취미와 직업은 엄연히 다른겁니다.

by Argo

가끔 나에게 글쓰기가 좋아서, 책 읽는 게 좋아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온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가? 그리고 글을 쓰지 않는다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글을 쓰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느낌이 적어도 한 번은 있었는가?


내 질문에 답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조언한다. 취미로 시작해서 직업으로 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폴 고갱은 그림을 취미로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그림에 빠지게 되고, 그림 그리는 걸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고갱은 위대한 화가지만, 그의 시작은 매우 처참하고 비참했다. 그가 전업 화가가 된 이후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림이 팔리지 않아 고생해야 했고,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하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렸다. 고갱은 여러 화가들에게 배우고 자신의 예술관을 정하기 전까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당신은 그걸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어느 정도 각오가 된 사람들에게는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릴케는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젊은이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조용히 자신에게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다른 직업도 그렇지만, 특히 예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헌신과 전념을 요구한다. 나 또한 글을 쓰기 위해 안정되고 보장된 길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떤 날은 글이 잘 써져서 기분이 좋다가도 한 문장도 쓰지 못해 괴로운 나날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글을 마치고 나서 밀려오는 허무함과 고독, 마음 속 풍랑을 잠재우는 것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많은 작가들이 말년에 알콜 중독이나 각종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창작이라는 것은 내면의 고독과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 피어난다. 당신이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고, 어떤 순간이 오든 이겨내고 말겠다는 확신과 믿음 없이 무작정 글을 쓰겠다고 덤비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 일에서 당신의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런 의외성이 당신에게도 해당된다면 축하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런 의외성이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글을 쓴다는 것은 좋은 것이고 축하받을 만하다. 당신이 글을 쓰기로 했다면, 같은 길을 걷는 사람으로써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언젠가 각자의 길을 걷다 만나 술 한잔 기울일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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