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 맛 보고 가실게요
다시 읽을 거라 서평은 다음에 쓸 예정.
오늘은 띵언 공유가 목적.
인상 깊었던 구절(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나는 돈이 얼마나 중요한 발명품인가를 깨달았다. 인간의 진보와 더불어 자유와 평등의 등장에 필수불가결한 단계였던 것이다. 돈이 없는 사회에서는 절대 권력이 지배하게 될 것이므로 선택의 자유가 없고, 무자비한 힘이 분산될 수 없으므로 평등도 없다. 돈의 힘은 강압이 없이도 조절될 수 있다."
: 돈이 나쁜 게 아니다. 난 돈이 정말 좋은 거라고 본다. 최선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차선은 된다. 예전에 돈은 곧 자유라고 쓴 적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될듯?
"자기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을 이기고, 대륙을 제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 없는 상황에서 용기가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줄 때 인간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 크... 그저 감탄만...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런 시험에서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 요즘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것.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들 보면 진보 세력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이 문장이 딱 그말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첫 질문을 던졌던 때부터였다. 사회적 정체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질문을 할 충동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다."
: 요즘 우려되는 일 중 하나가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다. 즉 한국 사회가 경직되어 있고 정체되어 있다는 말이다. 다들 분노에 가득차서 어디에다 발산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잘못한 만큼만 처벌받으면 되는데 조금이라도 잘못했으면 죽이려고 달려든다.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거나 의문을 제시하면? 똑같이 나쁜놈, 적폐가 되버린다.
"이런저런 것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불행의 원인이 불완전하고 오염된 자아에 있다는 인식을 억누르는 것이 된다. 따라서 과도한 욕망은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느낌을 억누르는 수단이 된다."
: 심리적 문제, 삶에서 생기는 문제 중에는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많다.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지적한 것도 이런 문제다. 프랭클도 의미의 좌절을 억누르기 위해 병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했고. 맹신자들에서 호퍼가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적 결함을 외부 사건으로 덮어 버리는 행위 중 하나가 대중운동이다.
"종교적 몰입의 근원은 자아에, 아니 그보다는 오히려 자아의 거부에 있다. 헌신은 자아거부의 앞면이다. 종교적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 개신교 생활 20년 동안 들은 것 = 나는 죽고 예수는 살고. 네. 이게 가능한가요? 뭐 그네들 입장에서는 가능한 걸로 보이는데 관찰 결과 그렇지 않다. 하나님이 하셨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자기 자랑 없는 사람은 못봤다. 하나님이 했다면 간증하러 다니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증오가 정당한 불평보다는 자기 경멸에서 솟아난다는 것은 증오와 죄의식의 밀접한 관계에서 드러난다."
: 이게 혐오의 근원이다. 소수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무지의 소산이 아니다. 이성과 논리? 그런 것은 감정 앞에 힘을 잃어버린다. 감정적 판단이 먼저고 이성과 논리는 그걸 합리화시키는 수단에 불과하다. 즉 자신의 무가치함, 결함을 증오로 치환하여 그 어둠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정의를 외치는 사람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뭐 이건 지금 상황을 보면 딱 맞는 말이다.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상투어를 만들어 낸 사람은 악의 본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인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다."
: 고로 성경은 틀렸다. 물론 종교적으로 보면 돈과 신을 함께 섬길 수 없긴 하다. 종교적 관점에서, 즉 개신교의 신의 가르침하고 돈하고는 대척점에 있으니까.
"20세기의 혁명들은 보통 사람들이 만든 역사에 대한 반동이다. 보통 사람이 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레닌 시대의 러시아에서보다 차르 시대에 더 쉬웠다."
: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역사는 진보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일이란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이 세상에는 모든 이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건 있을 수 없어요."
: 의미의 무의미함. 글쓰는 것이 의미가 있어서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예전에는 거창한 사명감? 그런 게 있었긴 한데 요즘은 그나마 잘하는 것 같아서, 이걸로 돈 벌어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하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삭막해지는 건가...?
"실제로 보통 사람들이 교육받은 사람보다 나눔에 더 여유가 있다는 생각은 감상적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갈망하는 것은 귀족이 되는 것이다"
: 미담은 적어서 미담이다. 가난하면 더 잘 도울 거 같고 그런 생각들은 환상에 불과하다. 그런 배경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리고 대체로 궁할수록 인색해지고 여유가 없어진다. 할아버지가 어릴 때 했던 말 중 하나가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