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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장애와 양극성 장애는 어떤 사이일까?

by Argo

알코올과 양극성 장애의 연관성에 대해 궁금하다는 메일이 있었다. 최근에 양극성 장애 글이 뜸하기도 해서 이번 기회에 써보려고 한다.


들어가기 전에 미리 밝히지만 알코올은 양극성 장애에 치명적이다. 일반인에게도 알코올은 해롭지만 정신질환, 특히 양극성 장애의 경우 보다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때문에 아예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개요

1. 알코올 장애란 무엇인가?

2. 알코올 장애와 양극성 장애의 관계

-동반이환이란?

-두 질환은 어떤 사이일까?

-문제점

-치료



1. 알코올 장애란 무엇인가

알코올 장애와 양극성 장애의 관련성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알코올 장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양극성 장애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다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또 다루지는 않겠다.


1) 알코올 의존과 알코올 남용

기존에는 알코올 장애에서 의존과 남용이 그 진단에 있어 가장 널리 쓰였으나 현재 DSM-5에서는 이 둘을 통합하여 '알코올 사용 장애'로 구분하고 심각도에 따라 3급으로 나눈 뒤에 이것으로 인해 생기는 후유증(금단 증상 등)을 '알코올 유도성 장애'로 분류했다. 다만 알코올 사용 장애가 의존과 남용이 합쳐진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잠시 양자간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코올 의존 : 알코올 사용에 있어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지만 이를 계속하는 인지, 행동, 심리적 증상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내성과 금단 증상이 포함되며 흔히 말하는 알코올 중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존은 다시 신체적 의존심리적 의존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적 의존의 경우 금단 현상을 피하기 위해 알코올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해장 술을 마시는 사람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정 농도의 알코올 수치를 유지하지 않을 때 생기는 신체적 반응을 없애기 위해 술을 집어넣어 주는 것이다. 문제는 내성인데, 계속 마시다보면 이전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성에 차지 않게 된다. 한 잔이 두 잔, 그리고 열 잔이 되는 건 순식간이라는 말이다.

심리적 의존의 경우는 심리적, 감정적 문제를 알코올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우리가 열 받았을 때 마시는 술과 슬플 때 마시는 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알코올 남용 : 알코올이 일상, 즉 직업적, 사회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아직 내성과 금단 증상 같은 생리적인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쉽게 말해 알코올 남용은 술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술이 문제의 원인인 것을 알면서도 마시는 단계다. 그리고 알코올 의존의 경우 남용보다 더 나아간 상태로 이제는 술 없이는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단계다. 알코올이 제2의 혈액이 된 것이다. 내성과 금단증상 같이 생리적인 증상이 나타나 알코올이 떨어지면 신체가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술이 안 들어가면 컨디션이 나빠진다든지 술을 마셔야 무언가가 된다면 의존 상태인 것이다. 또한 술에 대한 강박적 혹은 집착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2) 알코올 유도성 장애

알코올 유도성 장애는 앞서 말했듯 알코올 사용 장애로 인한 후유증을 말한다. 알코올 중독과 알코올 금단이 여기에 해당한다.


-알코올 중독

알코올 중독의 경우 일반적인 의미와 의학적 의미가 다른데 일반적 의미의 경우 알코올 의존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며, 의학적으로는 알코올로 인해 비정상적 증상, 상태, 행동 등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독의 경우 게임 중독 같이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우를 말하지만 의학적인 의미에서는 알코올로 인해 생기는 증상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알코올 금단

알코올을 더 이상 몸에 넣어주지 않았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다. 중단 직후 일정 기간 내에 신체적, 심리적 증상, 예를 들어 손이 떨리거나 불면증, 구토, 환각 증상이나 불안, 발작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증상으로 인해 일상 생활이나 직업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알코올 금단으로 진단될 수 있다. 알코올이 없다고 몸이 빨리 내놓으라고 난리치면 완벽한 알코올 금단이다.


알코올 장애는 정신장애 중에서 가장 유병률이 높은 장애다. 평생 유병률, 즉 평생에 한 번 이상 알코올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13.4%다. 대체로 다른 정신질환이 한 자리수에 머무르는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특히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한국의 경우 남성 5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의 알코올 장애를 경험했다는 통계가 있다. 다만 재발률의 경우 여성이 더 높다.

문제는 이 알코올 장애가 매우 심각한 질환임에도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료를 시도한 사람의 비율이 8%대인데 이것은 술에 관대한 문화적 특징이 원인으로 보인다. 살인 및 강간, 교통사고의 상당수가 음주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때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러니 술 잘 마시고 많이 마신다고 좋아하지 말고 추켜세우지 말자. 절대 좋은 거 아니다. 그리고 제발 안 먹겠다는 사람한테 강요하지도 말고.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나 많이 먹기 바란다.



2. 알코올 장애와 양극성 장애의 관계

이전에 다른 글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정신질환의 경우 하나의 질환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양극성 장애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한 편으로 불안 장애, 인격 장애, 공황 장애 등 여러 정신질환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동반이환이란?

동반이환은 원래 각자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질병이 공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의 경우 그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하나의 기전을 여러 질환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원인을 공유하더라도 두 질환을 각각 다루지 않는다. 실제로 알코올 장애와 양극성 장애가 공존할 때 그 선후 관계나 원인 파악이 쉽지 않다.


2)두 질환은 어떤 사이일까?

두 질환은 구분하기가 꽤 어려운 편에 속한다. 조증에서 보이는 충동성이나 심한 감정 변화는 알코올 장애에서도 보이는 특징이고 알코올 금단증상인 불안, 초조, 우울 등은 우울증의 증상과 비슷하다. 때문에 감별진단이 어렵다. 다만 이런 경우 술이 취한 상태가 아닐 때의 기분을 평가하고 알코올 금단증상의 경우에는 2~4주 정도의 금주를 통해 금단증상이 어느 정도 사라진 후에 진단을 해야 비교적 정확하다.

알코올 장애와 양극성 장애는 한 세트라고 해도 좋을 만큼 흔하게 동반된다. 특히 조증일 때는 조증의 증상으로서, 우울증일 때는 부정적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알코올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 장애가 포함된 물질사용장애의 경우 기분장애 환자(양극성 장애 이외의 우울증 등의 질환)에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어느 연구에서는 평생유병률이 56%라고도 하니 절반 이상이 물질사용장애를 겪는다고 봐도 된다.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공존율을 보인다.

원인의 경우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가설도 입증된 바 없다. 알코올 장애가 양극성 장애를 유발시킨다거나 양극성 장애의 특성상 물질남용이 발생하고 그 결과 알코올 장애가 공존하게 된다, 양극성 장애의 증상을 스스로 치료하기 위한 방법(자가치료)으로 인해 알코올 장애가 생긴다 등의 가설이 있다.

공존 위험성이 높은의 경우는 양극성 장애가 조기 발병한 경우, 남성인 경우, 양극성장애의 혼재성 양상, 물질사용장애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로 알려져 있다.


3)문제점

서두에서 알코올이 양극성 장애에 매우 치명적이며 아예 섭취하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자살

알코올 장애와 양극성 장애의 경우 둘 다 자살과 연관성이 높다. 당연히 두 질환이 공존할 경우 자살 위험성은 급격히 상승한다.


-발병 시기

두 질환이 공존하는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이른 시기에 양극성 장애가 발병한다. 여기에는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가 알코올 섭취로 인해 양극성 장애가 촉발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따라서 알코올 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 양극성 장애가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부정적인 예후 초래

양극성 장애 환자에게 알코올 장애가 공존하는 경우 임상경과가 나빠지며 치료에도 악영향을 준다. 재발이 잦은 것은 당연하고 양극성 장애 유형 중에서 치료가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급속순환형이나 혼재성 삽화를 보이기 쉽다. 게다가 정신병적 증상, 예를 들어 환각이나 망상 등의 증상으로 인한 입원치료가 다른 환자에 비해 2배 이상 많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정신질환이 공존하는 경우도 4배 이상 높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치료과정이 복잡해지고 방치할 경우 각 질환으로 인한 증상 때문에 알코올 중독이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양극성 장애와 불안 장애, 그리고 알코올 장애가 있는 경우 우울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다보니 양극성 장애 재발이 빈번해지고 그러다보면 우울과 불안이 더 심해진다. 다시 이 문제 때문에 술을 마시다 보면 이 악순환이 지속되고 더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즉 알코올 장애가 있는 양극성 환자의 경우 불 붙은 몸에 더 많은 폭탄을 붙이는 것과 같다. 문제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한 상태다.

또한 알코올은 양극성 장애 치료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특히 약물 치료와 상극이다. 약물에 따라 알코올로 인해 약효과가 반감되거나 증폭된다. 예를 들어 진정작용이 있는 약물과 알코올을 같이 섭취했을 때 진정작용이 증폭되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가능하다. 단지 정신적인 문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으도 치명적이라는 말이다.


4) 치료

알코올 장애와 양극성 장애가 공존하는 경우 보통 두 질환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정신교육을 통해 환자가 두 질환이 공존할 경우 초래할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 특히 알코올이 자가치료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환자가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치료로는 인지행동치료가 중요한 치료법인데 기분장애에도 이 치료가 효과적이기 때문에 함께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양극성 장애에서그런 것처럼 질병의 호전보다는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양극성 장애와 알코올 장애의 연관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경험을 말하자면 조증 시기에 상당한 폭음, 구체적으로는 거의 매일 맥주 2병 이상과 보드카를 마셨다. 집에 늘 보드카를 모셔놓고 수시로 칵테일을 만들어 먹거나 단독으로 마셨다. 진단 후에는 약 4년 간 금주했고 지금은 5% 미만, 보통 2.5%의 맥주만 어쩌다 마신다. 본인이 판단할 영역이긴 하지만 가급적이면 먹지 않는 것이 좋고 특히 약물 주의사항을 살펴보고 절대 금지의 경우에는 절대로 먹지 않도록 하는 걸 권장한다.



참고자료

-학지사, <알코올 장애>

-시그마프레스, <양극성 장애 : 조울병의 이해와 치료 2판>(대한우울.조울병학회)

-시그마 북스, <더미를 위한 양극성 장애>



+ 알코올 이외에 양극성 장애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더미를 위한 양극성 장애에서 발췌)

1. 코카인

2. 대마초(마리화나)

3. 암페타민

4. 액스터시(NMDA), 케타민(스페셜 K), 기타 클럽 마약

5. LSD, 환각 버섯 및 다른 환각제

6. 비바린과 노도즈 등의 각성제

7. 카페인

+커피 마시고 나서 흥분되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등의 신체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카페인으로 인해 수면 패턴이 교란될 경우 재발의 가능성을 높인다.

8. 항히스타민 물질, 바레리안(쥐오줌풀이라고도 부르며 강력한 안정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멜라토닌을 함유한 수면 유도제

+건강 보조 식품 섭취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몸에 좋다고 당신에게, 특히 양극성 장애 환자에게 좋다는 보장은 없다. 멜라토닌의 경우 최근에 건강 보조 식품으로 많이 먹는 것 같은데 제발... 건강 보조 식품 주의해서 먹자.

9. 에페드라(마황), 에페드린(각성, 식욕 억제, 집중력 향상 등을 유도하는 교감신경 흥분제) 또는 슈도에페드린(에페드린보다 약한 혈압상승작용과 중추신경흥분작용을 하는 물질)을 함유하는 충혈제거제

+타 질환으로 약물 치료시 복용하는 정신과 약물을 반드시 말해서 상호작용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심각한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일반의약품의 경우에도 설명서에 몇몇 정신과 약물 복용시 복용 금지를 경고하는 경우도 있다. 반드시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

10. 부신피질호르몬(또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류)

11. 텍스트로메트로판 성분을 함유한 기침 억제제

12. 아큐탄(미국에서는 판매 금지된 여드름 치료제로 국내에서는 로아큐탄으로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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