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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go Sep 28. 2023

담배는 억울하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

1.

오늘 문득 든 의문 하나.

담배에는 혐오사진을 붙여 놓으면서 왜 술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을까?

담배 광고는 안하면서 술은 그렇게 광고하는 이유는 뭘까?

고작 써넣는 게 작고 희미한 글씨로 이런 저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정도로는 술의 해악에 비해 너무 부족한 경고 아닌가?


2.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연이 당연시 되고 있다.

얼마 전 한 광고 문구에는 흡연은 질병이라고까지 표현했다.


3.

흡연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는 나를 포함한 모든 흡연자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흡연이 질병이라면 폭식과 과식도 질병이고 음주도 질병이다.

(물론 폭식과 음주 또한 식이장애와 물질 사용 장애 등의 질병으로 분류되긴 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중에게 질병처럼 인식되지는 않는다.)

특히 폭식과 과식, 흡연보다 음주가 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해악이 더 큼에도 

-음주로 인해 유발되는 질병과 사건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산상의 문제 같은 사회적 비용 등-

이에 대한 인식은 흡연보다 더 관대한 것처럼 보인다.

(흡연의 경우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의 치료비가 사회적 비용으로 거론되지만, 

음주의 경우 질병 뿐만 아니라 범죄를 비롯한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도 존재한다.

특히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사망한 사람의 가치는 얼마라고 산정할 수 있을까?

죽은 사람이 가진 현재의 가치 뿐만 아니라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4.

음주 운전이나 음주 상태로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면서도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음주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

음주운전에는 손가락질 하지만 은연중에 한 잔 정도는 괜찮아, 

나는 다르다 이런 생각이 있지는 않는가.

실제로 음주 운전자를 붙잡고 보면 얼마 안마셨다, 

이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다 같은 말을 한다.

흡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흡연충이라고는 하지 음주충이라고는 안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술부심'처럼 내세울 만한 장점으로 여긴다.


5.

정부의 시책 또한 담배값을 올리는 등 금연에는 열을 올리지만

술 문제에 대해서는 공중 보건 차원에서의 접근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금연 클리닉은 많이 들어봤어도 금주 클리닉은 못 들어 봤다.


6.

술과 담배 둘 다 나쁘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술이 담배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더 해롭다.

간접 흡연을 예시로 들면서 흡연이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음주 또한 마찬가지다.

오히려 음주는 즉각적인 피해를 입히는데 이것만 따져봐도 흡연보다 더 위험하다는 게 분명해진다.

담배 연기 한 번 마셨다고 그 자리에서 죽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음주 운전 한 번에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단번에 사망하는 경우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한다.

지금은 줄어들었지만 매년 3월이 되면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로 인한 사망사건이 꼭 있었다.

담배를 피고 우발적으로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음주 후 각종 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술김에 욱 해서 같이 술 마시던 사람을 폭행하거나 살해하고

술김에 평소 앙심을 품고 있던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고

술김에 성폭행을 하거나 난동을 피우고 맨 정신에는 할 수 없는 짓들을 저지른다.


6. 

가족을 위해 금연해야 한다라는 말처럼 가족을 위해 금주해야 한다는 말이 필요하다.

흡연으로 가정을 파괴하는 것보다 음주로 인해 파괴되는 가정이 압도적으로 많다.

평소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아니 오히려 온순한 사람이 술만 마시면 괴물이 되어 

가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친척들을 살펴보면 술 때문에 말실수나 사고를 쳐서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인간이 꼭 있다.

추석 같은 명절에 어쩌다 만난 친척들끼리 술을 마시다 다툰 경우는 실제로 많다. 

반면에 같이 담배 피다 싸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7.

얼마 전 끝난 <하트 시그널>을 재밌게 보던 엄마가 종종 지적했던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음주 장면.

도대체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건지, 그리고 굳이 그 장면들을 보여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단 예능 뿐만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젠가부터 흡연 장면은 가리면서 음주 장면은 있는 그대로 내 보내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청소년들이 흡연을 모방하기 때문에 금지한다면 

똑같이 술도 모방 효과를 막기 위해 금지 시키는 게 맞다.


8.

담배에 붙인 혐오 사진이 금연에 효과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술에도 교통사고 현장의 사진이나 음주로 인해 발생한 범죄와 관련된 사진을 붙여야 한다.

또한 구강암, 성기능 장애, 기형아 출산, 구강변색 등의 흡연의 부정적 결과를 써놓은 것처럼

식도암, 간암, 대장암, 알콜성 치매, 기형아 출산, 사망, 성기능 장애, 살인, 교통 사고, 정신질환 같은 문구를 써 넣어야 한다. 

간혹 음주의 긍정적 효과를 운운하는데 국제 암연구소에서는 담배와 마찬가지로  알코올 또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긍정적인 효과 자체도 유의미한 효과는 없으며 단 한 잔만 마셔도 해롭다. 

특히 와인의 경우 혈액 순환 같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반작용으로 콩팥 같은 다른 기관에는 악영향을 준다. 

음주가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는 말도 실제 의학적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킨다.


9. 

물론 그렇다고 내가 희대의 악법인 미국의 <금주법> 따위를 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음주가 그리 권장할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 

음주 또한 흡연만큼 해롭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인식에 깊이 새겨졌으면 한다.

더 나아가서는 스웨덴처럼 전매제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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